따뜻한 그늘

가족

이런 가족 같은 가족 연작-숙모. 2020. 장근범

“나는 유년기에 지독한 가정폭력을 겪어내는 동안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주인공에 깊은 동질감을 느끼며 오랜 시간을 흐느끼며 살았었다. 이 불행한 가족으로부터 나를 꺼내 달라고 애원했었다. 가족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를 그때부터 생각했었다”라고 장근범은 말한다.

 

꽤 많은 사람들이 비록 가정폭력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하면서 가출을 시도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의 아이들이 모두 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자란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배고픈 시대에는 아이들에게 인권이란 것이 없었다. 가족으로부터의 이탈을 꿈꾸는 것은 성장통에 속하거나 가혹한 현실일 수 있다.

 

장근범은 사진을 통해서 가족의 아픔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가혹한 현실을 겪었기에 더 벗어나기 힘든 가족. 양복점을 하다 실패한 아버지를 대신해서 생활전선에 나선 어머니는 큰고모에게 어렵사리 기술을 익혀서 ‘족발 집’을 시작하게 된다. 고달픈 사연 속에 어머는 늘 피곤하고 지친 모습으로 등장한다. 사진가로서 그런 어머니를 지켜봐야만 하는 아들의 아픔은 깊어만 보인다.

 

그는 숙모에 대하여 말했다. “봉제 공장에서 얻은 기관지염이 악화되어 공장을 그만두고 작은아버지와 함께 철쭉 심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 집안 여성들 중 유일하게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활달하며 주변을 잘 살피는 성격이다.”

 

사진 속 숙모의 모습은 여전사 같기도 하고, ‘델마와 루이스’의 루이스 같기도 하다.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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