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은 시골 장터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은 지가 30년이 넘는다. 아마추어 작가 시절 너도나도 시골 장터에 가서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는 일이 많았다. 왜 그것이 흥미의 주제가 되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장날은 촌놈 생일’이라고 할 만큼 보통날보다 뭔가 더 특별하고 생기가 돌아 공동체의 축제 같은 날이기 때문이었으리라.
닷새 만에 돌아오는 장날이건만 그 장을 보러가기 위해서 며칠을 설렌다. 계란도 모아 열 개씩 꾸러미를 만들고, 들깨도 털고, 옷도 곱게 다림질을 해둔다.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일찍 서둘러 나서야 한다. 장에 가는 것은 내 것도 내다 팔고 남의 것도 사오기 위해서다. 그래서 들깨를 파는 일을 ‘산다’고 했다. 당신이 사니까 ‘사는 것’이 된다.
오일장에 사람이 줄어들고 건물도 신식으로 바뀌면서 장을 찍는 사진가는 거의 사라졌다. 정영신은 그러거나 말거나 이 장 저 장 전국을 떠돌고 있다. 진짜 ‘장돌뱅이’가 따로 없다. 비가 오면 장꾼들과 같이 우산 속으로 들어가고 눈이 오면 함께 모닥불을 쬐면서 그들의 사연을 듣는다. 돌아오는 길에는 그 주변의 문화재와 역사적 사실도 눈여겨보아 글로 담는다. ‘장에 가자’ 사진은 추운 새벽 어둠 속에서 하얀 입김을 품으며 행진하는 역군들 같다. 장에 가는 일은 힘든 삶에 흥겨운 매듭 같은 것이리라. 그 매듭은 소쿠리가 되고 방석이 되고 지붕을 이는 새끼줄이 되어 지친 삶의 희망으로 이어졌기에 정영신은 그 사라지는 흔적까지 함께하려고 한다.
김지연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