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을 마지막으로 만난 건 1995년 대학로 학전소극장에서였다. 소극장 1000회 공연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그를 인터뷰한 뒤 앉을 자리도 없는 공연장 통로에서 콘서트를 봤다. 이듬해 1월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만큼이나 다시는 그의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도 컸다. 해가 가면 죽은 자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지는 게 인지상정인데 김광석도 예외가 아닐 수 없다.
지난달 SBS가 신년특집으로 기획한 <세기의 길 AI vs 인간>에서 인공지능(AI) 합성기술로 재현한 김광석의 목소리로 김광진의 ‘편지’와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방송했다. 비록 그가 직접 부른 노래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격차가 느껴졌지만 노래를 들으면서 그의 부재가 더 안타까웠다.
김광석이 생전에 발표한 ‘다시 부르기’ 1집과 2집에서 증명했지만 모든 노래에 혼을 불어넣어 다시 불러내는 재주를 갖고 있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창법으로 부른 노래들은 원주인들이 소유권을 주장하기가 무색해질 정도로 김광석의 것이 되어 살아났다. ‘이등병의 편지’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등 제목만 떠올려도 김광석의 울림이 큰 목소리가 귀에 꽂힌다.
김광석 사후에 발표됐던 노래들 중에서 그가 불렀으면 잘 어울릴 만한 노래로 ‘다시 부르기’ 3집을 내면 어떨까? 윤도현의 ‘사랑했나봐’와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김광석이 부른다면 어떤 느낌일까? 아이유의 ‘밤편지’를 김광석의 나지막한 목소리로 듣는 것도 매력적이겠다. 조용필의 ‘바운스’를 김광석이 부르면 정말 색다르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장범준의 ‘벚꽃 엔딩’을 김광석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면 다가오는 봄엔 코로나블루 같은 건 저만치 떨쳐낼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광석이는 왜 그리 일찍 죽었대?”(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오광수 시인·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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