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심정원의 살랑살랑 미술 산책

[작가와 작업실] 정현

경기도 고양시 덕운동, 얕으막한 산자락 아래 위치한 조각가 정현의 작업실이다.





2007년 첫 방문 때와 달라진 점은 거의 없었다. 깔끔한 성격 때문인지, 연장은 연장들끼리, 작품은 작품들끼리 각자 자기 자리를 잘 알고 있다는 듯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다만 놀라웠던 것은, 그가 한창 작업중인 작품이었다. 차에서 막 내리자마자 작업실 밖에 놓인 커다란 남자 인체조각이 눈에 들어와 '선생님도 대학시절엔 저런 작업을 하셨구나' 새삼 놀랐는데, 작업실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입을 딱 벌리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엔 몇 해 전 나와 인상적인 인터뷰를 하고 얼마 후 돌아가신 모 컬렉터 선생님의 흉상이 있었던 것이다. '아, 아니 왜 여기에 이것이...?' 뜻밖의 광경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지만 살아계신듯 생생한 모습에 한참을 넋을 잃고 볼 수 밖에 없었다. 
"아, 이거 요즘 주문받아 제작중인 작품이에요. 저 이런 사실적인 인체조각도 잘해요." 
이 분을 안다고 겨우 나는 입을 뗐다.
"(작품을 가리다가 다시 보여주며)아, 그래요? 전 생전에 이 분을 뵌 적이 없어요. 그래서 유족들에게 사진을 몇 장 얻어서 이렇게 붙여놓고 작업하고 있죠."    
하지만 입을 다문 채 입꼬리 양쪽을 들어올려 살짝 미소짓는 특유의 표정이 잘 포착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