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칼럼

[몸으로 말하기]‘국민’ 대신 ‘국립’이 앞에 붙는 무용계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슬리핑 뷰티’

국민 배우, 국민 가수 등 대중의 사랑을 폭넓게 받고 있고 최고의 능력과 끼를 인정받는 인기스타들에게 붙는 수식어는 ‘국민’이다. 무용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용수, 무용단과 같은 예술 분야에서는 ‘국민’ 대신 ‘국립’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 국립현대무용단 등 3개의 무용단만이 ‘국립’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국립무용단과 국립발레단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브랜드 작품 위주로 6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형성된 풍부한 레퍼토리와 최고 기량의 무용수들을 보유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단으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창단된 국립현대무용단은 상주 무용수가 없이 프로젝트에 맞춰 오디션으로 무용수를 수급하는 선진국형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수준 높은 작품개발로 현대무용의 저변확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소한의 인원만을 상주시키고 오디션으로 무용수를 뽑는 시스템은 프랑스 대부분의 국립안무센터(CCN-국립무용단)가 실행하고 있는 구조이다.

 

상주 단원 없이 공연 프로젝트별로 무용수를 선발하는 시스템은 장단점이 따른다. 공연작품의 콘셉트와 색깔이 맞는 무용수를 적합하게 선정하여 함께 작업하는 만큼 안무가가 원하는 작품이 나올 확률이 더욱 높다. 무용수에게는 같은 무용단에서만 작업하는 것보다는 창작의 범위 내에서 다양한 안무가의 작업을 경험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필자의 프랑스 무용단 시절을 생각해보면 한 단체에 상주하기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단체의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것이 자연스러운 환경이었다. 공연 있는 날도 오전에 유료로 무용클래스에 참가하여 몸을 만들고 공연장으로 돌아가서 공연무대에 오르는 무용수들을 볼 수가 있었다. 공연이 끝나는 날 안무가가 다음 공연계약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하고 아니면 그 전후로 다음 계약이 성사되기도 한다. 가끔 다른 무용단으로 떠나는 친구들은 자기 발전을 위해 여러 안무가의 작업을 하는 것이 좋은 경험이라고들 입을 모은다.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프로젝트가 끝나면 무용수의 계약도 종료되기에 상주 단원처럼 연속성이 유지되지는 못한다.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처럼 상주 단원들이 있는 단체는 레퍼토리와 역사를 배경으로 안정적인 작업환경을 이루는 반면 국립현대무용단처럼 프로젝트별로 다양하고 실험적인 오늘날의 변화를 따르기도 한다. 현대무용은 이사도라 던컨의 자유로운 맨발정신 몸짓을 시작한 지 1세기가 지났고 21세기 오늘날까지 다양한 변화로 진화해가고 있다. 상주 단원이냐 프로젝트 단원이냐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예술 최전방에 있는 무용의 생소한 창작작업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


김성한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