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전주역을 찾게 된 것은 참으로 우연이었다. 전주를 사진에 담기 위해서 이곳저곳을 돌아보던 중에 팔복동 끝자락에 주차를 하고 보니 그 건물이 바로 북전주역이었다. 그동안 나는 북전주역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었다. 20여년 전 남광주역 사진을 찍기 위해서 매일 새벽에 광주까지 다니면서도 몇십년째 살고 있는 전주에서 북전주역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도 우연히 그곳을 찾아가게 되다니! 특별한 인연 같았다. 더 놀라운 것은 건널목에 이르렀을 때 신호음과 함께 회색 화물열차가 지나가는 것이었다. ‘아직 살아 있는 역인가?’ 하고 사무실 쪽으로 가보니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전주에 사는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는데 북전주역을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었다. 1968년 감수역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가 북전주역으로 바뀌었고 전라선의 본선에 속했지만 1981년 전라선 이설로 시내를 지나는 구간이 폐선되었다. 지금은 ‘무배치 간이역’으로 역무원이 근무하지 않은 채로 화물이 통과하는 역으로만 존재하고 있다.
역 구내 안쪽에 붙어 있는 ‘북전주(BUG JEON JU)’라는 역 이름판은 한국철도공사가 지정한 ‘준철도기념물’이다. 대한민국 철도청에서 지은 역 중 유일하게 1970년대 역명판으로 남아 있었는데 2019년 철거되었다가 같은 해 12월 원래 디자인을 따서 새로 만든 것이다. 영어 표기 중 전북의 ‘북(BUG)’이 지금의 ‘북(BUK)’과 다르게 그 당시의 것을 따르고 있는 점도 이채롭다.
김지연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