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주변에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럴 땐 ‘세상일이니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몇 번이나 마음을 다스려보지만 그래도 안 될 때는 ‘에잇, 못된 것들!’ 하고 돌이라도 던져보고 싶어진다. 상대가 꼭 맞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기보다는 내 마음을 위로하는 최소한의 분풀이다. 그런데 이 돌을 던지는 일이 점차 단순한 분풀이를 넘어서 정의와 공정과 자유를 위한 처절한 저항이 되기도 한다. 민중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수단으로 불의에 맞서 싸워왔던 수많은 돌팔매질이 있었지 않은가.
5·18을 겪은 아버지에게 어린 아들이 묻는다. “사람들이 왜 돌을 던질까요?” 아버지는 “저들은 무엇인가를 지키기 위해서란다”라고 대답했다.
이세현 사진가는 그 대답에서 ‘그 무엇’에 대한 질문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근현대사의 중심에 있던 장소이면서도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안고 있는 역사적 공간들을 찾아다녔다. DMZ, 광주 5·18민주광장, 군함도, 여순사건의 잔혹한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마래 제2터널, 광부 118명의 안타까운 사연이 서린 해남의 옥매광산 등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이세현은 ‘어떤 지점’에 있는 돌을 던졌다. 5·18민주광장 앞 빌딩 옥상에서 던졌다. 죽을 때까지 사과 한마디 없는 가해자들을 향해 던졌다. 바윗덩어리 같은 준엄한 심판을 내리고 싶어서 하늘을 향해 돌을 던졌다. 수만명의 조선인이 강제 동원되어 지옥 같은 삶을 살았던 군함도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군함도를 향해 날아가는 돌이 핵폭탄처럼 보이는 것은 이세현이 표현하고자 하는 사진의 힘이다.
김지연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