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갯무꽃은 제주도의 들판과 오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무꽃이다. 개(갯)자가 들어가는 식물로는 개복숭아와 개살구, 개망초 등이 있다. 말 앞에 붙은 개(갯)의 의미는 본래 성질에서 벗어난, 즉 쓸모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 쓸모와는 상관없이 이것들이 피워내는 꽃은 더 화려하고 아름답다. 궁핍했던 시절에 붙은 이름들이지만 이제는 이것들의 야생성이 더 각광을 받는다. 많은 관광객들이 4~5월이면 갯무꽃을 보러 찾아간다.
사진가인 한 젊은 처자가 가파도라는 작은 섬에 들어가서 해녀가 되어 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어촌계장까지 맡은 자격증 있는 해녀이기도 하다. 처음 몇 해는 젊은이의 객기이거나 사진의 소재를 얻기 위한 일일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10년 가까운 시간을 해녀 할망들과 함께 물질을 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배로 10분 거리이지만 제주도 사람들조차 ‘가파도?’ 하면서 낯설어한단다. 면적이 약 0.84㎢로 부두에서 남쪽 끝으로 20분이면 걸어서 닫는 거리이기도 하다.
충청도 내륙지방에서 태어난 그녀는 마라도를 가다가 우연히 이 섬에 들러 정착하게 되었다. 바다 환경이 오염되어서 몇 해 전부터는 해산물이 잘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해녀들이 나이가 들어서 그만두기도 하지만 수입이 줄어들어 뭍에 나가서 일자리를 찾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런 환경에서 그녀는 할망 해녀들과 함께 바닷속의 지형도를 만드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그녀는 바닷가에 집도 사고 가파도 사진관을 만들었다. 그 지붕을 갯무꽃색으로 단장하여 살고 있는데 화사하고 신비로운 연보랏빛 향기가 하늘과 바다에 맞닿아 있다.
김지연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