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13일,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육군이 탱크로 레바논을 공격한 이후,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전쟁은 본격화된다. 1개월 후 양국은 휴전을 결의하였으나, 이스라엘은 그들의 방식대로 전쟁을 이어간다.
이스라엘은 2007년부터 2021년에 이르는 15년간 8231대의 F-35 전투기와 1만3101대의 무인항공기를 레바논 상공에 보냈다. 지상에서는 폭발음처럼 들리는 소닉붐을 일으키는 제트기와 무인항공기, 드론은 레바논을 공포스러운 소음으로 뒤덮었고, 언제라도 폭격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일상을 살아야 했던 레바논 주민들은 심장병, 청력 상실, 수면장애 등의 후유증을 피할 수 없었다.
두바이에서 활동하는 로렌스 아부함단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상공 침략 데이터를 정리해 웹사이트(airpressure.info)를 열었다. 그는 유엔의 레바논 상임대표가 작성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전달한 243개의 문서에서 데이터를 추출했다. 유엔 디지털 라이브러리에 업로드된 이 문서들은 각 항공기의 위반 시간, 기간, 유형 및 궤적을 포함한 모든 레이더 정보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그 정보가 파편적이었기 때문에 공습의 전체 규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작가는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레바논 공습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포괄적이고 검색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토대로 레바논 하늘을 점유한 이스라엘발 ‘소음’을 시각화한 작업을 발표한다. 영화의 특수효과에 쓰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소음의 음파 이미지를 추출했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주권 공간을 위협적으로 침입한 세월은 마치 대기를 오염시켜 호흡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매연처럼 창공을 뒤덮는다.
김지연 전시기획자·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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