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시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잘 마시지는 못한다. 이를테면 막걸리 두 잔이면 취하는 주량인데도 모든 술을 가리지 않고 즐기는 애주가다. 커피 역시 좋아하는데 불면증 때문에 아침에 한 잔 정도로 만족한다.
나는 공동체문화를 지향하는 편이다. 그래서 사진 작업이나 내가 운영하는 공간은 공동체를 표방하며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공동체는 하루아침에 생성되는 것이 아니고 풍토와 기후와 정서가 충돌하고 융합하면서 끈끈한 연대를 이룰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제 그런 공동체는 실질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바깥세력에 의해서 점점 무너져가고 있다. 아니, 요즈음은 공동체라는 표현을 쓰는 것조차 어색해 진다고나 할까. 집단의 연대감이 너무 쉽게 뭉쳤다가 해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는 아파트에 살더라도 인근 상가들과 친밀한 관계가 유지되는 일이 많다. 어느 날 말도 없이 이사를 가버리면 섭섭하기가 그지없을 정도로.
우리 가족은 남편과 나, 둘이서 살아가니 얼마나 먹고 쓰겠는가? 뭐든지 조금씩 사서 소비를 한다. 상가 입장에서 보면 별로 달가운 고객은 아니다. 그런데도 동네 슈퍼 안주인은 계산을 할 때마다 ‘지연님, 적립번호****’으로 알아서 처리한다. 처음에는 너무나 신기해서 놀랐다. 나보다 훨씬 젊은데 ‘지연님’ 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 많은 고객 중의 한 사람인 내 전화번호 뒷자리를 기억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빵가게에 가서 빵 서너 개를 사는데 여주인이 지나가는 말투로 “비도 오는데 커피 한 잔 내려드릴까요?” 한다. 빵과 함께 뜨거운 커피를 가슴에 안고 오면서 ‘좋은 동네’가 무엇일까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김지연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