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갈비 유정

한국인의 갈비사랑은 유별나다. 옛날 갈비 뇌물이 성행했고, 매점매석도 흔했다. 갈비뼈 사이의 졸깃한 살을 발라내어 갈빗살이라 이름 붙여 파는 최초의 민족이다. 20년 전쯤, 외국에선 버리다시피 하는 이 부위를 수입해서 초대박을 친 구잇집이 강남에 생겼다. 싼 부위이니 이문이 좋았고, 손님들이 좋아했다. 값싸고 맛도 좋은데 무엇보다 갈비라는 이름이 들어간 게 주효했다. 당시 일반 갈비를 먹자면 1인분에 4만~5만원은 했는데 고작 3000~4000원밖에 하지 않았다. 이 갈빗살은 지금도 한국이 세계 최대 소비국가일 것이다. 대충 갈비에 끼워 팔리거나 세부 정형할 때 자투리로 버려질 부위가 어엿한 이름을 달고 파는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경북 영주는 이 부위 살을 대표 향토음식으로 밀고 있을 정도다. 시내에 갈빗살구이골목이 있다. 기회가 되면 꼭 가보시라. 아주 싸고 맛도 좋다. 강력 추천한다. 이른바 ‘가성비’가 엄청나다. 

갈비는 내장을 보호하는 핵심 뼈다. 척추동물의 특징이며, 종마다 뼈 숫자가 다르다. 갈비는 앞뒤로 근육이 덮여 있고, 뼈를 자르면 살점이 붙어 있다. 이 부위가 정통적으로 갈비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뼈에 붙은 살인가 하는 것으로 품질이 달라진다. 초고급 구이가 될 수도, 질기고 성긴 부위로 갈비탕이 될 수도 있다. 최상급의 한우갈비는 꽃등심보다 더 비싸다. 그래서 다수의 갈비는 제 뼈에 붙어 있던 살을 쓰지 못하고 다른 부위 살을 가져다 붙이기도 한다. 채끝 같은 제법 고급한 부위가 갈비뼈 접착용으로 쓰인다. 물론 합법이다. 갈비란 아주 오묘한 구조라 우리가 그처럼 많이 먹어치우는 ‘뼈 붙은 갈비’를 생체인 갈비에서 다 얻을 수 없다. 머리 좋은 어느 업자에 의해 수십 년 전에 다른 살을 갖다 붙여쓰기 시작했고, 관행이 되었다. 검찰에 의해 사기죄로 기소되었다가 시끄럽고 흥미로운 재판을 거쳐 합법이 된 지 오래다. 법원도 갈비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인정했던 사건이다. 돼지갈비도 사정이 비슷하다. 

갈비는 외국인들도 아주 흥미롭게 즐긴다. 외국엔 한국식으로 펴서 굽는 방식이 거의 없다. 일본에서 간혹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한국식이라는 간판 아래 팔릴 뿐이다. 외국은 대개 찜을 한다. 의외로 갈비는 질기기 때문이다. 뼈 사이를 지탱하고,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내장을 보호하자면 단단해야 하는 진화의 결과일 것이다. 찜을 하는 부위이니 당연히 싸다. 구워도 살살 녹는 부위가 비싼 건 세계 공통이다. 한국의 요리기술자들은 이런 본질을 엎어버렸다. 칼집을 내어 연하게 하기, 양념에 재서 부드럽게 하고 얇게 포를 뜨는 등 물리와 화학을 총동원하여 돌파해냈다. 심지어 다른 살을 뼈에 가져다 쓰는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신기를 보이기도 했다.

갈비를 오랫동안 다뤄온 기술자들이 요즘 한우는 기름이 너무 많아 손질하기 어렵다고 얘기한다. 마블링 중심의 사육방식이 갈비라고 다를 수 없다. 암소갈비의 신화도 사라져간다. 거세를 하면서 황소가 사라져서 어떤 한우든 이제 부드럽지 않은 경우가 없다. 갈비시대는 여전하되, 그 속사정은 바뀌고 있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연재 |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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