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그래도 살아낸다

“거리에 사람이 없어요.” “이달 월급 나갈 돈을 마련하지 못했어요.” “오늘 매출 빵(0)원. 으하하하.” “건물주는 월세 깎아주지 못하겠다더군요. 그러면서 ‘당신 가게가 깔세냐?’고 말합디다. 월세를 못 내니 보증금에서 까고 있거든요.” “배달, 포장 판매하려고 일회용 용기를 샀습니다. 이것도 가격이 엄청 올랐습니다.” “배달원이 배달 건수가 급증해서인지 우리 가게에 음식 가지러 제때 못 오는 경우가 많아요. 포장해둔 음식이 식고 있어요^^.” “월말 한 달 반짝 벌어서 일년 농사 벌충하는 건데. 어쩔… ” “아이엠에프(IMF) 때 생각이 납니다. 그땐 그래도 식당 경기까지 죽지는 않았는데,”

 

자영업자들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단톡방이 여럿 있다. 요즘 거기서 나오는 대화들의 일부다. 대화라기보다 하소연이다. 제일 많이 쓰는 단어가 무엇일까. 정답은 ‘ㅠㅠㅠ’다. 당장의 붕괴도 문제지만 내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흔히 자영업은 한 달 벌어 한 달 먹는 장사라고 한다. 한 달을 주기로 결산하고, 월급과 월세 주고, 재료비와 공과금 내고 남은 걸로 수입을 잡기 때문이다. 올해 세 번째 위기가 닥쳤다. 일본에서는 이걸 쓰나미에 빗대 ‘제3파’라고 하는 모양이다. 세 번째 거대한 파도다. 코로나라는 녀석은 가만 보니, 성격이 드러난다. 모이면 퍼진다.

 

북반구의 대다수 나라가 11월에 제3파, 즉 세 번째 감염 폭증의 위기를 맞았다. 방역을 잘하고 있는 우리도 그걸 피하지 못했다. 계절 요인이 컸다. 추우니 밀폐된 곳에서 만난다. 만나려는 사람들의 기본적 욕망을 제어하지 못했다. 주춤했던 여름 이후의 감염자 숫자가 사람들의 무장을 느슨하게 했다. 피로감도 컸으리라.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만나고, 얘기하고 싶어 한다. 코로나19는 이 대목이 결정적이다. 사람을 만나려는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의지 사이에 여지없이 냉정하게 ‘과학적으로’ 파고들어 버렸다.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비말이, 다정한 대화와 동시에 살포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는 ‘실물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넓게 보면 자영업자는 곧 국민 절대다수다. 이들의 몰락엔 아주 긴 시간의 치료와 회복이 필요할 것 같다. 자영업자들이 번 돈이 월급과 구매와 납세로 돌고 돈다. 경제망의 주축이다. 정부의 지원책이 있을 거라고 하는데,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오죽하면 ‘자영업이 멈추었으니 월세와 세금도 멈추라’는 청와대 청원이 주목을 받았을까.

 

백신이 온다고 한다. 온갖 위기는 어쨌든 인류사에서 해결되고 다시 잊혔다. 현대사로 좁혀 봐도 그렇다. 그래서 위기에도 사람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나아지겠지, 한다. 어디까지나 버틸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다. 참으로 힘든 세상을 살아왔다. ‘그때는 말이야~’ 하고 회고담을 나눌 거리도 많았다. 이번 어려움도 그렇게 회고담의 하나로 남길 바란다. 다들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싸우고 있다. 실탄은 없지만.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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