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칼럼

[노래와 세상]서울 노래

혼탁했던 서울시장 선거가 끝났다. 국민의 대다수가 삶의 근거지로 삼는 서울이기에 시장이 갖는 무게감은 엄청나다. 우리 모두가 사랑하고 가꿔야 할 도시이지만 서울을 노래한 명곡은 별로 없다. 어떤 통계에 의하면 서울을 테마로 만들어진 노래가 1400곡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개발론자였던 ‘불도저 시장’ 김현옥은 작곡가 길옥윤에게 부탁해 ‘서울의 찬가’를 만들었고, 패티김이 불렀다.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새들의 노래 웃는 그 얼굴/ 그리워라 내 사랑아 내 곁을 떠나지 마오/ 처음 만나고 사랑을 맺은/ 정다운 거리 마음의 거리/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노래는 히트했지만 김현옥 시장은 1970년 4월 부실공사로 인해 와우아파트가 붕괴되면서 사퇴했다. 당대 최고의 스타 조영남은 콘서트 무대에서 ‘신고산타령’을 개사해 “와우아파트가 우르르르 무너지는 소리에…” 운운하는 노래를 불렀다가 강제징집을 당한다. 구속될 뻔한 그를 구한 건 여성 변호사 고 이태영 박사였다.

 

그래도 조용필의 ‘서울 서울 서울’만 한 서울 노래가 또 있을까? 그의 노래에는 묘한 슬픔이 배어 있다. “해질 무렵 거리에 나가 차를 마시면/ 내 가슴에 아름다운 냇물이 흐르네”라고 쓴 양인자의 가사를 조용필의 목소리로 들으면 가슴이 저릿하다. 10집의 타이틀곡인 이 노래는 원래 88올림픽의 테마곡을 의식하고 만들었다. 노랫말 속 “내 인생에 영원히 남을 화려한 축제여”가 이를 말해준다. 당시에는 좀 더 직접적인 메시지를 담은 그룹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에 밀렸다. 그러나 서정성과 완성도가 뛰어났던 ‘서울 서울 서울’은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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