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미련



“내 마음이 가는 그곳에 너무나도 그리운 사람/ 갈 수 없는 먼 곳이기에 그리움만 더하는 사람/ 코스모스 길을 따라서 끝이 없이 생각할 때에/ 보고 싶어 가고 싶어서 슬퍼지는 내 마음이여/ 미련 없이 잊으려 해도 너무나도 그리운 사람/ 가을 하늘 드높은 곳에 내 사연을 전해 볼까나.”

신중현이 만들고 장현(본명 장준기)이 부른 ‘미련’은 쓸쓸한 가을의 정서가 잘 반영된 곡이다. 서양에 비틀스가 있다면 동양에 신중현 사단이 있었다. 다소 과장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비틀스와 동시대에 펄시스터즈, 김추자, 김정미, 이정화 등을 배출한 신중현은 가히 천재적이다. 그 사단의 대표적인 남자 가수가 장현이다.

‘기다려주오’ ‘마른 잎’ ‘나는 너를’ ‘석양’ 등 장현의 히트곡은 신중현의 손끝에서 나왔다. 신중현에 따르면 사단의 여가수들이 그의 의중대로 조련됐다면 장현은 곡만 받아간 케이스였다. 경북 울진 출신의 장현은 명동과 대전, 대구 등지의 다운타운에서 노래 부르던 재야 가수였다. 그의 노래 실력을 알고 있는 친구들이 신중현과 연결했다. 신중현이 직접 대구로 내려와 노래를 듣고, 호텔 방에서 장현을 위한 노래를 만들었다. 장현은 록적인 느낌의 노래들을 자신의 음색에 맞는 스탠더드팝으로 소화해 냈다. 물 흐르는 듯한 중저음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았다.

승승장구하던 장현은 1975년 대마초 파동으로 가수 활동을 접고 사업가로 변신한다. 1994년 위암 4기 판정을 받은 그는 치료차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갔다. 기적적으로 암에서 회복되어 한국을 오가면서 사업과 노래 활동을 이어갔으나 2008년 11월 말에 폐암이 재발하여 세상을 떴다. 63세의 이른 나이였다. 보헤미안의 정서가 느껴지는 그의 노래가 그쯤에서 끝난 건 아무래도 미련이 남는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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