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노래는 지천이다. 민요에서 힙합, 댄스 음악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김영동의 ‘사랑가’는 여러 가지로 특별하다.
“사랑을 얻었네. 하늘같이 큰 사랑/ 선녀님같이 울엄니 같이 크나큰 사랑 나는 얻었네/ 해가 가고 달이 가도 내 사랑 위해 죽기라도 하겠네/ 사랑을 얻었네/ 무서워요 두려워요. 이 행복이 부서질 것 같아/ 사라질 것 같아요. 내 맘엔 사랑이 깃들 수가 없나요.”
민요와 가요의 어디쯤인 국악가요 형식의 노래로 사랑의 떨림을 아름답고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작곡가인 김영동이 이 노래를 만든 건 1975년 국악 뮤지컬 <한네의 승천>의 음악을 만들면서였다. 20대 시절에 김민기와 소주를 마시면서 “로이드 웨버가 20대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같은 대작을 만들었는데 우리도 뮤지컬 하나쯤 만들자”며 의기투합했다. 김민기는 <지하철 1호선>을, 김영동은 <한네의 승천>을 만들었다. 오영진이 쓴 동명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한네의 승천>은 외줄 타기, 탈춤, 농악놀이 등을 뮤지컬 형식으로 녹여냈다. 1977년 하길종 감독이 영화로도 제작했다.
1982년 ‘사랑가’가 담긴 김영동 작곡집은 소리 소문도 없이 스테디셀러가 됐다. <한네의 승천>에 나오는 ‘한네의 이별’을 비롯해 영화 <삼포 가는 길>의 주제곡 ‘어디로 갈꺼나’, 영화 <꼬방동네 사람들>의 주제곡 ‘조각배’ 등이 수록돼 있다.
이 노래들이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암구호처럼 불리면서 사랑받은 이유는 뭘까. 1980년 5·18민주화운동 이후 좌절과 상처를 겪은 젊은이들은 선술집에서라도 술 마시고 노래하면서 분을 삭여야 했다. 김영동의 한 서린 노래들은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나 ‘한오백년’과 맥을 같이하는 노래였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