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벌써 일년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그 생각만으로 벌써 1년이/ 너와 만든 기념일마다 슬픔은 나를 찾아와/ 처음 사랑 고백하며 설렌 수줍음과/ 우리 처음 만난 날 지나가고/ 너의 생일엔 눈물의 케이크/ 촛불 켜고서 축하해… 벌써 1년이 지났지만 / 1년 뒤에도 그 1년 뒤에도 널 기다려.’

나얼과 윤건이 결성한 R&B그룹 브라운아이즈는 새 천 년이 시작되면서 혜성처럼 나타난 그룹이었다. 원래 나얼은 1999년 앤썸으로 데뷔했고, 윤건 역시 같은 해 힙합 그룹 TEAM으로 데뷔했다. 소속 팀들이 부진해지자 윤건이 나얼을 찾아가서 같이 음악을 하자고 제안했다. 윤건이 리더이자 서브 보컬과 작곡 및 프로듀싱을, 나얼이 메인 보컬과 일부 곡 작업에 참여했다.

두 사람은 윤건의 아파트에서 작업을 시작하여, ‘벌써 1년’을 타이틀곡으로 하는 데뷔앨범을 완성한다. 나름 배수진을 치고 만든 앨범이었는데 소위 ‘대박’이 났다. 우연히 이들의 음악을 접한 소속사 대표가 상업적 성공을 확신하고 거액을 쏟아부은 것이다. 당시 소속사는 이범수, 김현주, 장첸 등을 출연시킨 수억원짜리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두 사람은 방송 출연도 없이 하루 수만장의 앨범이 팔리는 거물급 신인이 됐다.

2003년 윤건이 갑작스럽게 탈퇴해 브라운 아이즈 대신 브라운 아이드 소울 등으로 이어졌지만 이들은 2000년대 초반 가요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두 사람은 2008년 다시 뭉쳐 3집 앨범을 내기도 했다.

12월의 달력을 넘길 날도 며칠 남지 않았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이었지만 1년이라는 세월이 눈 깜짝할 새 흘러간 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였으리라.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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