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심정원의 살랑살랑 미술 산책

[오늘의 산책] 겨울방학용 블록버스터 전시

18(화요일), 예술의전당에 다녀왔다. 운좋게 <훈데르트바서>(한가람디자인미술관, 12.5.3.15)<프랑스 국립 베르사이유 특별전>(한가람미술관, 11.5.3.6)의 초대권을 얻게 되어 지인과 점심 약속을 겸해 일찍 전시장을 찾았다. 연이은 강추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차분하게 전시를 보고 있었다.

7, 8년 전만 해도 이런 대형 미술전시가 하나만 열려도 우와, 우리나라도 이런걸 다 가져올 수 있게 됐구나하며 감격했는데, 이젠 조금 덤덤해졌다고나 할까. "뭐 볼 만한 작품은 겨우 한 두 점 가져와서 생색내고 있어" "왜 이리 촌스러워. 완전 시장바닥을 만들어놨군"하며 흉보기 일쑤다.(미안. 애쓴것 잘 알고 있어.^^;;) 아무튼 이제 이런 블록버스터급 전시는 방학맞이용 블록버스터 영화만큼 당연한 것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그러고 보면, 2004<샤갈전>의 초특급 흥행잔치 이후, 블록버스터급 미술전시가 꽤 많이 열렸다. 대충 열거해 보아도, <마그리트>(2006-2007), <모네>(2007), <반 고흐>(2007), <오르세미술관>(2007), <모딜리아니>(2007-2008), <프랑스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2008), <구스타브 클림트>(2009), <보테로>(2009) 등등 상당하다. 이렇게 되니 점점 더 요구사항이 높아졌다. 왠만한 전시는 성에 안찬다.

그러다 보니 전시 전문 기획사도 많이 생겼고 대형 전시에 대한 감각과 노하우도 꽤 쌓여서 상당한 수준의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예전엔 아무개 전시라고 가 보면, 실제로는 아무개와 그의 친구들전시이기 일쑤였지만, 요즘은 들러리들만이 아닌 대표작들도 몇 점 가지고 오곤 한다. 이런 전시가 한꺼번에 여기저기서 열리기도 한다. 예술의전당 외에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6년 만에 <샤갈전>(12.3-3.27)이 다시 열리고 있고, 덕수궁미술관에서도 <피카소와 모던아트전>(10.26-3.1)이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