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오동잎



“오동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밤에/ 그 어디서 들려오나 귀뚜라미 우는 소리/ 고요하게 흐르는 밤의 적막을/ 어이해서 너만은 싫다고 울어대나/ 그 마음 서러우면 가을바람 따라서/ 너의 마음 멀리멀리 띄워 보내 주려무나.”

오동잎은 무성했던 여름날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널찍한 잎이 지는 가을에서야 보인다. 그래서인가. “벽오동 싶은 뜻은 봉황을 보잤더니/ 어이타 봉황은 꿈이었다 안 오시나”(투코리언스, 벽오동)와 “거기엔 오동나무 한 그루하고/ 같이 놀던 소녀 하나 있었지/ 넓다란 오동잎이 떨어지면/ 손바닥 재어 보며 함께 웃다가”(송창식, 나의 기타 이야기)처럼 주로 상실의 대상이다.

지내놓고 보니 ‘오동잎’의 가수 최헌은 가을에 최적화된 보이스의 소유자였다. 록그룹 히식스와 검은 나비에서 활약하던 그가 1975년 말 솔로로 전향해서 내놓은 노래였다. 록그룹 멤버가 록과 트로트를 뒤섞은 솔로 앨범을 내는 건 일종의 ‘외도’로 평가받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대마초 사건으로 초토화된 가요계에서 그건 살기 위한 방편이었다. 최병걸, 김훈, 조경수 등이 그 대열에 선 가수들이었다.

다행스럽게 최헌은 허스키하면서도 감성적인 목소리를 앞세워 히트곡을 양산해 냈다. ‘앵두’와 ‘순아’ ‘가을비 우산속’ ‘구름 나그네’를 줄줄이 히트시킨 그는 1978년에는 방송 3사 10대 가수상을 휩쓸었다. 특히 ‘오동잎’은 80년대 일본에서도 발매될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최헌은 2011년 암 선고를 받고, 이듬해 9월에 64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그가 떠난 지 벌써 10년, 또다시 귀뚜라미가 운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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