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해 뜨는 집


쌀쌀한 가을 저녁, 거친 노동을 끝낸 이들이 하나둘 선술집에 모여든다. 한 잔 술에 거나해지면 누군가가 나지막하게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내 누구랄 것도 없이 따라 부르면서 술집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더 하우스 오브 더 라이징 선’은 그런 분위기에서 부를 만한 노래다.

영국의 밴드 애니멀스(사진)가 1964년에 발표하여 유명해졌다. 원곡은 미국 뉴올리언스 지역에서 노동자들이 부르던 민요였다. ‘해 뜨는 집’이라는 제목과 달리 노랫말은 음울하면서도 비장하기까지 하다.

“엄마는 재단사였어요/ 나에게 새 청바지를 만들어 주셨지요/ 아빠는 노름꾼이었어요/ 뉴올리언스에서 망가지셨지요”를 거쳐 “엄마는 자식들에게 말했지요/ 나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고/ 죄를 지으며 비참하게 살지 말라고”로 이어진다. 그래서 해뜨는 집은 유곽(遊廓)이나 감옥을 상징한다는 설도 있다. 이 노래는 영국과 미국, 캐나다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손꼽히는 팝 명곡으로 기록됐다.

미국 포크 가수이자 인권운동가 존 바에즈, 록 밴드 프리지드 핑크, 여가수 돌리 파튼 등 많은 아티스트가 이 노래를 불렀다. 2000년대 들어서도 그룹 뮤즈가 리메이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60년대 활동했던 김상국이 ‘해 돋는 집’이라는 제목으로 번안하여 불렀다.

“상처 입은 장미들이 모여 사는 거리/ 눈물에 젖은 장미들이 웃음을 파는 거리/ 사람들의 비웃음도 자장가 삼아/ 흩어진 머리 다듬고서 내일을 꿈꾼다오/ 그 언젠가 찾아가리 해 돋는 집으로.”

그러나 70년대 독재정권하에서 노랫말이 어둡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금지곡으로 묶였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얘기하는 노래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런 노래를 들으면 처연해지는 가을 저녁이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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