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우크라이나의 해바라기

 

전쟁은 참혹하다. 그 속에 인간의 광기와 투쟁, 생존을 위한 드라마가 공존한다. 우크라이나가 참혹한 전쟁터가 된 지금 문득 떠오르는 선율이 있다. 영화 <해바라기>의 주제가가 그것이다. 이탈리아계 미국 작곡가 헨리 맨시니의 작품으로 피아노와 현악기가 어우러져 서정성이 돋보인다. ‘문 리버’ ‘아기코끼리 걸음마’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영화음악을 만든 그는 가장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장면에 이 음악을 배치했다.

끝없이 펼쳐진 우크라이나의 해바라기 밭에 서 있는 여주인공 소피아 로렌(조반나 역)의 망연자실한 표정을 비추면서 주제가가 흐른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평생 잊지 못할 명장면이다. 독·소전쟁에 참전했다가 실종된 남편을 찾아 우크라이나로 온 소피아 로렌에게 현지 주민이 말한다.

“해바라기 들판에 이탈리아와 독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포로들이 묻혀 있다. 당신 남편도 저 해바라기 밭에 묻혔을 거다.”

그녀의 남편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안토니오 역)는 히틀러의 파병제안을 수락한 무솔리니 때문에 원정군이 되어 우크라이나 전선에 온 것이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찾은 남편은 생명을 구해준 러시아 여인과 결혼해 자식까지 낳고 살고 있었다. 결국 소피아 로렌은 혼자서 이탈리아로 돌아간다.

영화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촬영됐다. 수도 키이우(키예프) 남쪽 500㎞ 지점이다. 이곳에는 해마다 여름이면 광대한 ‘해바라기의 바다’가 펼쳐진다.

해바라기는 우크라이나 국화다. 해바라기유는 우크라이나의 주 수입원 중 하나다. 해마다 47억달러(약 5조6900억원)를 벌어들인다고 한다.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서 올여름엔 누구든 눈부신 해바라기 물결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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