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만의 도발하는 건축

[조진만의 도발하는 건축]좋은 건축은 용기가 필요하다

오사카의 스미요시 협소주택. ⓒ후지쓰카 미쓰마사

오랫동안 설계라는 창작활동에 전념하며 몸소 깨달은 것이 있다. 그것은 시간을 뛰어넘는 명작이라 불리는 것을 탄생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새로움에 도전하는 용기’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과 창의력도 필요하지만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을 결국 얼마만큼의 용기가 뒷받침되는지 여부이다.

 

1975년 오사카 골목 한 모퉁이에 만들어진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협소 주택은 이러한 이론의 대표적인 예이다. 빼곡히 들어선 주택들 사이 폭 약 3.3m 깊이 14m에 불과한 땅에 그 크기만큼의 콘크리트 상자를 만든다. 그리고 그 작은 상자를 다시 3등분으로 나눠서 양단에 방을 배치하고 가운데는 하늘이 보이는 중정을 두었다. 거실에서 방으로 이동할 때 신발을 신고 중정을 지나야 하고 비가 올 때는 우산까지 써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이러한 불편할 수 있는 공백이 만들어내는 주거의 풍요로움은 압권이다.

 

주택건축은 그 자체로서 우리 삶의 방식에 대한 사상이기도 하다. 지극히 협소한 대지이기 때문에 오히려 따뜻함과 혹한을 두루 갖춘 자연의 변화를 극적으로 담아내며 무난한 편의성을 희생시켰다. 이러한 태도의 본질은 바로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삶을 만드는 것이다. 과감한 설계를 관철시킨 건축가의 용기도 놀랍지만 그 안에 거주하는 가족 또한 그에 못지않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실제 30년 넘게 지내고 있는 노부부는 지금도 완성 초기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들의 왕성한 열정과 노력이 없었다면 집은 단순한 콘크리트 조각에 머물렀을 것이다. 이 주택은 나에게 오늘날까지도 건축의 원점으로 단단히 자리하고 있다.

 

주택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작은 우주와도 같다. 아무리 작은 규모라도 중요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주택설계의 특수함이다. 작으면 작을수록, 제약이 많을수록 건축가의 의지가 명쾌하게 요구된다. 협소한 규모에 한 가족의 모든 일상 행위를 담고자 하므로 매번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엄격한 조건일수록 의외로 새로운 발상이 태동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건축가란 직업은 집을 짓고자 하는 클라이언트의 간절한 꿈을 그곳에서 가능한 한 최고의 형태로 구현하는 것이다. 창작의 보수인 설계비가 다른 용도의 건물에 비해 가장 적은 일이되 가장 고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택설계는 그러한 강렬한 꿈에 비해 경제적 효용이 적더라도 다른 일과는 비할 수 없는 보람을 준다. 안도는 한 글에서 설령 자신의 용기 있는 설계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길에서 숙식을 해결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한 결과라면 즐겁게 받아들이겠다고 썼다. 좋은 창작에는 용기와 고집이 기본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조진만 건축가

 

'조진만의 도발하는 건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경으로서의 건축  (0) 2021.09.16
오감의 건축  (0) 2021.08.19
재앙을 피하는 법  (0) 2021.06.24
‘그’ 건축가의 자기 연출  (0) 2021.05.27
영혼의 안식처  (0) 2021.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