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미래

코로나19가 전화위복이 되려면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예년 같으면 많은 사람들이 성탄 전후로 가족과 지인들을 만나 정담을 나눴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같이 1000여명씩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예년처럼 모임을 갖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내년에 백신 접종이 시작돼 집단면역이 생길 때까지 우리는 가슴 졸이며 일상의 제한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우리는 코로나 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교육도 일도 정치도 새로운 표준을 찾아야 한다. 식탁도 그중 하나다.

 

유엔과 세계은행 등은 내년 식량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식량 부족 인구가 전년에 견줘 최대 1억3000만명 늘어난 8억2000만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9년 식량 부족 인구(6억9000만명)가 전년 대비 1000만명 늘어났던 것에 견주면 폭발적인 증가다. FAO는 최근 보고서에서 남수단, 예멘 등 4개국을 포함해 20개 나라가 기근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원인은 코로나에 따른 전 지구적 록다운(봉쇄)이다. 식량 생산인구의 25%가 발이 묶여 있고, 식품 이동도 쉽지 않다. 세계는 이미 거미줄만큼 촘촘한 음식사슬(food chain)로 연결돼 있다. 미국 옥수수, 러시아 밀, 인도 깨는 자국민만을 염두에 두고 재배하지 않는다. 이런 전 지구적인 음식사슬이 전염병으로 교란될 경우 우리 식탁은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인류가 발 빠르게 머리를 맞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월 초 FAO는 정부·시민단체의 다자간 네트워크인 ‘식량연합(Food Coalition)’을 출범시켰다. 이 조직은 코로나19로 식량위기를 겪는 국가의 농식품시스템이 붕괴하지 않도록 재정과 기술을 지원한다. 이탈리아 정부가 6월 제안했고 이미 35개국이 가입했다.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식량난에 대비하자는 제안도 솔깃하다. 세계은행을 비롯해 많은 기관들은 식량 생산자와 소비자를 정보통신기술로 연결해주면 식량난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소비자 식탁에 오르지 못하고 그냥 버려지는 식량이 20%에 이른다.

 

2050년 지구 인구가 98억명으로 증가해 식량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는 21세기 초부터 계속 나왔다. 하지만 뾰족한 대안은 없었다. 심지어 식량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던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국가 간의 의견 일치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코로나19가 아이러니하게도 위기를 방관해왔던 인류의 주의를 환기시켜준 셈이다.

 

그렇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유엔은 위기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에 식량 무역을 촉진하고 이주노동자의 비자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많은 국가들이 취했던 폐쇄적 행동 패턴과는 정반대다. 페스트를 비롯해 전염병을 연구해온 미국 예일대 프랭크 스노든 명예교수는 “코로나19는 인류를 자신이 누구인가를 스스로 고민해야 하는 거울 앞에 세웠다”고 말했다. 인류는 이 끔찍한 전염병 앞에서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행동할까? 거기에 우리 식탁의 미래가 달려 있다.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