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미래

한식 납시오 ‘세계 미식의 수도’로 불리는 미국 뉴욕에서 올해 미슐랭 가이드에 별을 받은 한식 레스토랑은 모두 9곳이었다. 작년까지 6곳이었는데 3곳이 늘었다. ‘주막반점’ ‘마리’ ‘오이지 미’가 새롭게 원스타를 받았다. 가성비 좋은 레스토랑을 뜻하는 미슐랭 빕구르망과 더 플레이트까지 합치면 18곳에 이른다. ‘주막반점’ ‘꼬치’ ‘제주누들바’ ‘통삼겹구이’처럼 친숙한 우리말을 레스토랑 이름으로 내건 곳도 적지 않다. 뉴욕에만 미슐랭에 등재된 한식당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미슐랭 가이드는 벨기에, 스웨덴, 브라질 등 전 세계의 미슐랭 한식 레스토랑 7곳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만큼 한식은 핫하다. 한식의 인기는 검색 엔진인 구글 사용자의 검색 추이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를 봐도 알 수 있다, 구글 트렌드는 .. 더보기
사람들은 왜 와인을 두려워할까 최근에 나는 와인 강연을 하고 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탈리아로 요리유학을 갔다가 와인에 눈을 뜬 개인적 경험을 이야기한다. 나는 이탈리아에 가기 전까지 레드 와인을 잘 마시지 않았다. 최소한의 고기만을 먹으려는 식습관도 이유였지만 괜찮은 레드 와인이 한국에서는 워낙 고가인 탓도 있었다. 그런데 이탈리아 현지의 레드는 너무 맛있고 쌌다. 그래서 레드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원래 나는 가성비 좋고 내가 즐기는 해산물 음식과도 궁합이 좋은 화이트를 주로 마셨다. 그게 거의 20년이 됐다. 이런 경험 때문에 내 와인 강연의 무게중심은 이탈리아 와인과 화이트 와인이다. 와인 강연을 들었던 수강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다. 먼저 이탈리아와 화이트 와인이 그렇게 다채로운지 몰랐다는 긍정적 반응이다. 한 수강생.. 더보기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의 식탁 지난 9월 말 이탈리아 총선에서 승리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는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으로 불린다. 2012년 창당한 이 당은 파시즘 창시자인 베니토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만든 단체에 뿌리를 두고 있다. 멜로니는 동성애, 낙태, 이민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여자 무솔리니’인 멜로니가 총리가 되면 유럽이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그런데 멜로니의 총선 승리 후 첫 공개 행보는 의외로 음식이었다. 그는 1일(현지시간) 밀라노의 농민집회에 참석해 농민단체들의 합성식품 금지에 대한 청원서에 서명했다. 이 단체들은 실험실에서 세포 배양기술 등으로 생산된 고기나 인공 우유가 국가 정체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해왔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환경, 동.. 더보기
이탈리아의 슬로 패스트푸드 이탈리아 음식과 문화에 대한 자료 수집을 위해 지난 8월 말부터 2주 정도 이탈리아를 다녀왔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이었다. 갈 곳도 볼 것도 많았다. 그렇게 다니던 어느 날, 이탈리아 친구들이 햄버거를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나는 그 제안을 한 친구에게 “나 원래 햄버거 잘 안 먹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이건 네가 아는 그 햄버거가 아니라 ‘슬로 패스트푸드’야”라는 답변을 들었다. 나는 ‘소리 없는 아우성’쯤인 형용모순적 표현에 흥미를 느껴 그들을 따라 ‘맥번’이란 햄버거집에 가봤다. 소고기 패티의 햄버거에 감자튀김 그리고 공정무역 콜라세트를 시켜봤다. 가격은 14유로(약 1만9000원)로 약간 비쌌다. 그렇지만 빵부터 달랐다. 익숙한 미국식 번이 아니라 2배 크기의 이탈리아 전통빵이었다. .. 더보기
나의 두꺼비, 삼각김밥 나는 편의점 삼각김밥 예찬론자다. 피라미드를 닮은 두툼한 정삼각형의 모습도, 김으로 둘러싸인 검은색 외관도 듬직하다. 참치마요, 전주비빔밥 등 구색도 다양하다. 그런데도 가격은 몇년째 1000원 내외로 저렴하다. 내가 삼각김밥을 먹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이다. 그때 나는 주말이면 집 주변 도서관을 자주 갔는데 그 도서관 근처에는 식당이 없었다. 그렇다고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하면 곧 퍼져버리는 탓에 좀 더 도서관에 있을 요량으로 삼각김밥을 찾게 됐다. 유레카였다. 김치찌개나 비빔밥 같은 정식의 포만감은 없지만 허기는 충분히 달랠 수 있었다. 지금도 나는 참치마요를 즐겨 먹는다. 그러나 편의점 도시락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고기와 햄이 중심이었고 지나치게 짠 탓이었다. 그렇지만 일.. 더보기
북극곰의 눈물이 우리의 눈물이다 북극곰은 북극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다. 250~500㎏의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시속 10㎞로 빠르게 헤엄친다. 각기 다른 두 종류의 털과 두께 10㎝의 피하지방으로 영하 40도의 추위와 초속 100㎞대의 강풍을 견딘다. 이런 조건에도 북극곰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위기종 적색목록에 올라 있다. 절멸 위기에 빠진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에 따른 빙하 손실’이다. 원인은 인간이다. 인간이 사용한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빙하를 없애 왔다. 그 탓에 북극곰들은 빙하를 찾으려고 매일 수백㎞를 헤엄쳐야 한다. 북극곰에게 빙하는 자식을 키우는 학교이자 먹이를 사냥하는 일터다. 그렇지만 우리는 북극곰의 눈물에 둔감하다. 기후위기는 빙하가 녹고 있는 극지방에서나 일어나는 일쯤으로 여기는 탓이다. 그런.. 더보기
햄버거는 왜 자꾸 변신할까 패스트푸드 대명사 햄버거에는 혁신이 숨어 있다. 독일계 이민자 음식이던 햄버거는 19세기 후반 철도산업을 중심으로 미국 경제가 급성장하던 때 등장했다. 1분 1초를 중시하는 철도기업은 속도와 효율을 강조하는 기업문화를 확산시켰다. 접시에 나오던 햄버거가 샌드위치처럼 간편식으로 바뀐 것도 이때쯤이다. 20세기 햄버거는 더 진화했다. 1940년 맥도널드 형제는 드라이브스루 햄버거점을 열고 최초로 헨리 포드의 대량 생산 시스템을 음식점에 도입했다. 이어 가게를 인수한 레이 크록은 한 술 더 떠 잠수함 주방을 벤치마킹하며 조리과정은 물론 접객 서비스까지 표준화해 통제했다. 미국을 세운 건 독립의 아버지들이지만 미국적 분위기를 만든 것은 맥도널드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세기가 바뀌면서 햄버거 혁신은 기업만의 .. 더보기
포켓몬빵 열풍의 그늘…SNS는 어떻게 취향을 만드나 포켓몬빵은 여전히 구하기 어려웠다. 동네 편의점을 3군데나 돌았는데 구매에 실패했다. 구글 트렌드 통계를 너무 믿었나보다. 이 빵에 대한 구글 검색량은 4월9일에 가장 높았다. 이날 검색량을 100으로 봤을 때, 5월15일 현재 검색량은 33에 그쳤다. 포켓몬빵은 지난 2월 20여년 만에 재출시된 뒤, 매일 아침 이 빵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아침마다 대형마트에서 ‘오픈런’을 한다는 기사가 계속 나올 정도로 인기였다. 인기에 대한 분석은 두 갈래다. 포켓몬이라는 일본 애니를 어릴 때 즐겨봤던 30대 전후의 청년층(MZ세대)이 코로나19 장기화로 팍팍해진 현실을 추억으로 힐링하려 한다는 분석이 있다. 또 레트로한 감성과 띠띠부씰로 불리는 포켓몬 스티커 등이 소비의 재미를 준다는 해석도 있다. 사회학적·심리.. 더보기
‘일용할 양식’ 없애는 우크라 전쟁 러시아는 밀의 국가로 불려왔다. 이렇게 불리게 된 것은 17세기 러시아에 편입된 우크라이나가 한몫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빵바구니’로 불릴 정도로 많은 밀을 생산한다. 우크라이나는 국토 대부분이 평야인 데다 비옥한 흑토로 이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는 2020년 기준 세계 7위의 밀 생산국(FAO 통계)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밀 생산량은 그저 광활한 대지의 은혜 때문이 아니었다. 근대 이후 서구 국가들이 이뤄낸 과학적·기술적 성취 덕분이었다. 20세기 초 스웨덴 과학자들이 멘델의 유전법칙을 밀에 적용시켜 추위에 강한 종자를 얻었다. 그래서 러시아 시베리아, 중국 북부, 캐나다에서도 겨울밀을 키울 수 있게 됐다. 그전까지 러시아는 남부 지방을 제외한 곳에서는 추위에 강한 호밀을 키웠다. 미국의 농기계, .. 더보기
링컨의 식탁, 윤석열의 식탁 에이브러햄 링컨이 좋아했던 음식은 소박했다. 사과, 생강과자, 양배추, 콘비프(소금에 절인 소고기), 옥수수 케이크같이 평범한 음식이다. 링컨의 소박한 식탁은 고단한 유년시절에서 비롯됐다. 인디애나주 개척마을에서 자란 그는 어릴 때부터 부모를 도와 일을 해야 했고 초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했다. 청년이 된 후에는 우편배달, 상점 점원, 측량기사 등의 일을 전전했다. 하지만 그는 독학으로 변호사가 됐다. 그는 1834년 주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지만 정치 행로는 순탄치 않았다. 그는 평생 상·하원 의원, 부통령 경선 등에서 모두 9번이나 낙선했다. 1861년 대통령에 취임했지만 링컨을 기다린 것은 끔찍한 내전이었다. 노예해방을 신념처럼 강조해온 그가 대통령이 되자마자 노예제를 지지하는 남부 주들이 연방에서 탈퇴.. 더보기
페타 치즈 파스타는 어떻게 경계를 허물었나 지난해 전 세계 SNS에서 가장 많이 조회된 레시피의 하나는 구운 페타 치즈 파스타(페타 파스타)다. 이 파스타의 레시피는 양젖으로 만든 페타 치즈와 방울토마토를 오븐에 구운 뒤 으깬 것에 펜네 같은 짧은 파스타를 삶아서 비비는 것이다. 오븐만 있으면 어려움 없이 따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칼질도 필요 없다. 이 단순한 레시피가 세계적 관심을 끈 것은 지난해 초 틱톡에 올라오면서부터다. 틱톡은 1분 미만의 짧은 동영상(쇼트폼)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지난해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따돌리고 전 세계 이용자 1위에 올랐다. 사용자 대다수는 10~20대다. 틱톡 통계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이 파스타 관련 전체 동영상은 1억8000만회 이상 조회됐다. 이런 인기는 다른 SNS나 동영상 플랫폼에도 영향을 줬다. 2.. 더보기
2020년 빈티지 와인이 주는 위안 집 주변의 와인 숍이나 마트에서 2020년 와인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와인 병에 찍힌 연도를 빈티지라고 하는데, 이는 포도가 수확된 해를 의미한다. 2020년 빈티지 와인이란 코로나19가 지구적으로 퍼져나가던 그해에 수확된 포도로 만든 술을 뜻한다. 전 세계가 봉쇄나 거리 두기를 하던 그해 포도로 만든 와인이 과연 제맛이 날까라는 의심이 든다. 지난해 4월 프랑스 보르도그랑크뤼연합(UGCB)은 2020년 빈티지 와인에 대한 선물거래 행사인 앙 프리뫼르(En Primeurs)를 진행했다. 보르도는 매년 초 전 세계 와인 전문가들을 불러 갓 빚은 보르도 와인을 시음·평가해 가격을 매겨왔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탓에 우편으로 수백 종의 보르도 와인 샘플을 전 세계 와인 전문가들에게 전달해 평가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