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미래

빅데이터로 본 코로나 이후의 식탁 코로나19 백신이 곧 나온다고는 하지만 최근 우리는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 2단계에 들어갔다. 나는 2차 유행이 있던 8월 말부터 외식을 자제해왔다. 그렇지만 삼시세끼 집밥을 먹는 것은 쉽지 않았다. 외식이 간절했고 그럴 때마다 유명 맛집 음식을 배달해 먹었다. 집에서 접하기 어려운 생선회나 짜장면을 시켜 먹으며 외식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가격이 약간 비싸고 1회용품이 많이 나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맛집을 찾아가는 것보다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끔씩 배달음식으로 코로나 블루를 견디고 있다. 이미 배달음식의 성장은 ‘오래된 미래’다.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음식배달앱 결제액이 매달 1조원에 이른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9년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9조7400억원으로 전년보.. 더보기
미국 대선과 김장 나는 김치 없으면 밥을 못 먹는 김치 마니아다. 김치의 아삭아삭함과 그 풍성한 감칠맛은 다른 나라 어떤 샐러드도 흉내 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국수주의자이기도 하다. 갓김치를 특히 좋아한다. 갓 특유의 알싸함과 젓갈 향기 진한 양념의 조화는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갓김치는 늦은 밤 라면과 함께 먹는 것이 가장 맛있지만 볶거나 찌개로 먹어도 각별하다. 갓 중에서도 여수 돌산갓이 맛있다. 따뜻한 해풍을 받고 자란 여수의 갓은 열무처럼 사각사각 씹히는 데다 색깔도 다른 갓보다 싱그럽다. 올해 긴 장마와 잦은 태풍에도 불구하고 돌산갓의 가격은 작년에 견줘 크게 오르진 않았다. 그러나 고춧가루·마늘 등 다른 재료들의 가격이 올라 김장이 걱정이다. 그나마 갓은 배추보다는 나은 편이다. 최근 고랭지 배추가 출하되면.. 더보기
[음식의 미래]누가 요리 프로그램을 바꾸나 이탈리아 음식에 빠져 이탈리아로 요리유학까지 다녀왔지만 내가 욕심이 나는 음식은 단연 한식이다. ‘비 내리면 파전’ ‘라면에는 파김치’를 되뇌는 나의 아재 입맛이 내가 한식을 갈망하는 이유다. 그러나 내 한식 실력은 역부족이다. 나의 한식 갈증을 채워주는 것 중 하나가 EBS 이다. 이 프로그램은 ‘요리계의 전국노래자랑’으로 불릴 만큼 장수 프로그램이다. 나는 이 방송에서 ‘고춧잎나물’ ‘술빵’같이 KBS 에 나올 법한 한식 메뉴를 눈여겨보고 따라 만든다. 그런데 얼마 전 이 프로그램 몰아보기를 하다 깜짝 놀랐다. 형식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첫째, 요리 전문가는 일상복을 입고 있는 반면, 아이돌 출신 진행자는 조리복을 입고 있었다. 대부분 요리 프로그램과 정반대다. 둘째, 요리를 요리사와 진행자가 .. 더보기
코로나, 식탁을 바꾸다 집밥이 물릴 때 가는, 집 근처 음식점이 있다. 나이 든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30년 된 동네 칼국숫집이다. 주로 나는 비빔밥을 먹는다. 비빔밥에 호박·당근 같은 채소를 잔뜩 넣어주는 데다 곁들여주는 시래기된장국이 구수하다. 보쌈과 족발도 맛있고 ‘칼국수 반’을 파는 융통성도 있다. 무엇보다도 두세 번 갔을 때 이미 나를 기억하며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는 인정에 끌렸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금요일 저녁에 가면 음식이 나올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배달앱 서비스 탓이다. 카운터에서 쉬지 않고 전자 알림음이 들릴 만큼 주문이 몰렸다. 지켜보니 족발 1인분(1만8000원)이 가장 잘 나갔다. 이 메뉴는 온라인으로만 주문이 가능하다. “우린 할머니들이라 배달이 힘들어”라고 말하는 할머니들께 새로운 일.. 더보기
“당신의 접시는 어떤가요?” ‘저탄고지, 원푸드, 덴마크….’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다이어트법이 생겨난다. 이를 반영하듯 다이어트 시장 규모는 매년 증가한다. 공식 자료는 없지만 국내 다이어트 시장 규모는 1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유행처럼 등장했다 사라지는 다이어트법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돌고 도는 다이어트법은 지방과 탄수화물에 대한 오해로부터 비롯된다. 근육과 뼈를 만드는 단백질은 비만 논쟁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지방이 가장 먼저였다. 1970년대 미국 의회에서는 늘어나는 심장병 환자를 막기 위해 ‘영양과 인간의 필요에 관한 상원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미 농무부는 이를 토대로 ‘미국인을 위한 식단지침’을 발표했다. 핵심은 동물성 .. 더보기
문제는 소고기다 최근 경기 안산시 한 유치원에서 110여명의 유치원생들이 집단으로 식중독에 걸렸다. 이 중 60명은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2일 현재 16명의 아이가 대장균 독소에 적혈구가 파괴돼 신장 조직이 망가지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 증상을 보이고, 4명은 투석 치료를 받았다.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났지만 보건당국은 식중독의 원인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유치원 측이 규정에 따라 보존해야 하는 음식 가운데 일부를 폐기한 탓이다. 초등학교도 가기 전인 어린아이들이 어른들도 견디기 힘들다는 신장 투석까지 받고 있는데 그 병의 원인조차 모른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게다가 ‘흙’이 원인으로 거론된다니 의아하기까지 하다. 정부가 지나치게 인과관계만 따지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이번 사.. 더보기
식당 채권에 투자하실래요? 내가 초등학생일 때, 아버지의 사무실이 서울 광화문 국제극장(지금의 동화면세점) 뒤편의 골목에 있었다. 가끔 아버지는 나를 사무실에 데려가 점심으로 근처 식당에서 섞어찌개를 사주셨다. 오징어·돼지고기에 육수를 부어 매콤하게 끓여낸 음식이었다. 짜장면이 외식의 전부였던 시절, 아버지와 함께 먹었던 섞어찌개의 맛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추억 때문이었을까? 나는 대학 시절부터 피맛골·청진동의 음식점들을 참 열심히도 다녔다. 나는 거기서 학교나 회사보다 더 많은 것들을 배웠다. 식당은 나에게는 또 다른 학교였다. 그러나 그 식당들의 절반쯤 사라진 것 같다. 아버지와 갔던 섞어찌개집은 내가 중학생일 때 없어졌다. 심지어 아버지 사무실이 있던 건물도, 국제극장도 사라졌다. 대학 시절 다녔던 피맛골·청진동 골목의 .. 더보기
달구나! 달고나커피 달고나커피의 인기가 뜨겁다. 6일 현재 ‘dalgona coffee’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1210만개의 결과물이, 유튜브에서는 527만개의 동영상이 검색된다. 이 커피의 레시피는 간단하다. 인스턴트 커피에 물과 설탕을 넣고 저어서 생긴 걸쭉한 크림을 우유에 얹어 즐기는 것이다. 이 크림이 설탕 뽑기(달고나)의 부풀어 오른 모습처럼 보여서 ‘달고나’라는 이름이 붙었다. 달고나커피의 인기는 코로나19 덕분이다. 물리적 거리 두기나 이동 금지 명령(록다운)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누리꾼들이 집에서의 체험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재료, 손쉬운 제조법,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인스타그래머블한) 자태의 달고나 커피는 집에서의 재미를 추구하는 ‘홈 루덴스’에게 안성.. 더보기
전염병이 바꿔놓을 식탁 “우리는 정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최근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예전과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예상했다. 가디언뿐 아니라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전염병 이후 정치·경제는 물론 우리 생활까지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핑크빛이 아니라 잿빛 전망이다. 음식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로 실업이 증가하는 데다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도 늘고 있다. 논란은 있지만 온라인개학 등 원격수업도 실시된다. 사회 변동의 핵심 원인인 고용과 교육이 달라지면 음식은 변할 수밖에 없다. 이미 대중들은 감염을 의식해 외식 대신 집에서 배달음식을 먹고 있다. 주문 방식은 3분의 2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다. 최근 구글 조사를 보면, 감염 피해가 극심한 이탈리아에서 식당·카페·영화관 방문.. 더보기
육식본능, ‘착한 소비’가 바꾼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지난 15일 미국의 대체육류 개발 스타트업인 임파서블푸즈(Impossible Foods)에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하였다. 임파서블푸즈는 비욘드미트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식물 이용 대체육 회사다. 대체육은 식물로 만드는 식물육과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드는 배양육 두 종류로 나뉜다. 배양육은 고기 배양에 최소 2주가 걸리기 때문에 환경적 이점이 적고 가격도 비싸다. 반면 콩 등에서 단백질을 추출하는 방식의 식물육은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 가격도 저렴해 이미 맥도널드·버거킹 등에서 식물육 버거가 시판 중이다. 대체육 시장의 성장세는 폭발적인데 2030년까지 매년 28%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육식을 꺼리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 더보기
음식으로 본 ‘기생충’ 영화 의 주요 갈등은 빈부격차다. 그 핵심은 공간이다. 대칭과 비례가 맞는 신전 같은 박 사장(이선균) 집과 무질서해 보이는 반지하 기택(송강호) 집의 대조는 후반부로 갈수록 도드라졌다. 그 격차를 좁히는 것은 ‘제시카송’으로 대표되는 기택 가족의 거짓말이 아니라 음식이었다. 의 스토리는 박 사장 집의 지하실 문이 열리기 전과 후로 나뉜다. 그전까지 기택과 박 사장 가족의 음식은 100% 달랐다. 기택의 식구는 동네 피자를 먹고 가장 싼 캔맥주에 양으로 승부하는 기사식당을 다녔다. 음식은 또 돈을 벌고(피자박스), 경쟁자인 문광(이정은)을 쫓아내는(복숭아) 수단이기도 했다. 박 사장 집의 정찬은 영화에 등장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와인냉장고를 갖춘 널찍한 주방과 형형색색 과일 접시를 보면 그들의 식탁을 짐.. 더보기
권력의 식탁 음식만큼 그 사람의 취향을 보여주는 것은 없다. “먹는 것이 나”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음식 취향은 그의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만큼이나 독특하다. 그는 백악관을 찾아온 내빈에게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자주 대접해 입길에 오른다. 문제는 트럼프가 권력자라는 점이다. 독특한 자신의 취향을 어린 학생에게 강요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1월 말 건강식단 급식법의 학교 급식 기준을 바꿨다. 바뀐 기준은 학교 아침 식사에서 제공되는 과일이나 채소 대신 육류와 냉동감자 같은 대용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햄버거, 피자, 초콜릿쿠키 같은 메뉴도 추가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잔반을 줄이고 식욕을 돋우는 상식적인 음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2010년 관련법 제정 당시 기준은 학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