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미래

2022년 음식 트렌드는? 팬데믹 3년차인 2022년의 음식 트렌드는 어떨까? 코로나19 탓에 먹거리의 기본공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음식 트렌드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미국 최대 친환경 식품 유통업체인 홀푸드마켓은 2022년 식품 트렌드를 이끌어갈 10개의 카테고리를 발표했다. 먼저 이 업체가 꼽은 키워드는 도시농업, 재생농업과 같이 지속 가능한 농축산업으로 얻은 안전한 식품이었다. 또 육식 최소화 식단을 포함해 무알코올음료, 강황, 모링가(인도의 콩과 식물), 기능성 탄산음료 같은 건강식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건강은 물론 환경까지 염두에 둔 웰빙형 소비를 내년 핵심적인 음식 트렌드로 꼽은 것이다. 유자, 히비스커스 같은 이국적인 식재료도 주목할 요리 재료로 선정했다. 영국 .. 더보기
먹거리 패싱하는 20대 대선 20대 대통령 선거 여야 후보가 결정되면서 다양한 공약이 쏟아진다. 청년실업, 코로나, 부동산, 북핵 문제 등 산적한 현안과 관련해 매일매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하지만 삶의 가장 기초인 음식 관련해서는 여야 모두 언급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화두를 던진 개고기 논쟁 정도가 전부다. 18, 19대 대선 때도 비슷했다.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내놓은 먹거리 공약은 식품안전(특히 불량식품 근절)과 식량안보가 전부였다. 19대에는 문재인 후보가 도시와 농어촌이 상생하는 농식품 체계 등을 뼈대로 하는 국가먹거리종합전략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진일보된 공약이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이 공약의 실현 정도는 미미하다. 대통령 공약 체크 누리집(문재인미터)을 보면, 관련 공약 진척도는 25%에 그쳤다... 더보기
음식으로 푼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10월 말 핼러윈을 맞아 작품에 등장한 의상이 핼러윈 복장으로 전 세계에서 주문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의 인기 비결은 코로나19 이후 더 극명해진 지구적 양극화를 데스게임(목숨을 담보로 한 게임)을 통해 긴장감 있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특히 계급 간의 격차를 다양한 상징을 이용해 뚜렷하게 부각시켰다. 의상이 압권이었다. 게임을 즐기는 VIP의 번쩍거리는 가면·실크옷과 총을 든 진행요원의 핑크색 옷은 참가자들의 초라한 초록색 추리닝과 대비된다. 영화 의 다스베이더를 연상케 하는 진행요원의 보스인 프런트맨은 마스크도 옷도 모두 검은색이다. 음식도 옷만큼 대비됐다.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을 비롯해 참가자들이 먹는 음식은 빵, 삶은 계란, 옥수수.. 더보기
코로나 시대, 식탁을 바꾸는 4가지 변수 코로나19는 소행성 충돌에 비유될 만큼 우리 삶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충격이 가장 큰 분야 중 하나는 음식이다. 코로나는 식탁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4가지 변수로 설명한다. 첫 번째 변수가 비대면 소비의 증가다. 국제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가 지난 2월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 이후 전 세계 소비자들의 63%가 외식 빈도를 줄였다. 칠레·멕시코·아르헨티나는 이 비율이 무려 80%에 이른다. 대신 온라인 배달 음식 소비는 늘었다. 리서치앤드마켓은 지난해 전 세계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1113억달러(약 133조원)였으며, 2023년에는 이보다 약 39% 증가한 1543억달러(약 182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온라인.. 더보기
곤드레 나물밥과 편의점 도시락 곤드레밥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 끼다. 그냥 양념장만 넣고 비벼 먹어도 산뜻한 향과 감칠맛이 입안 가득해진다. 심지어 냉동 제품으로 나온 간편식에서조차 격조가 느껴진다. 곤드레는 원래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야생 풀이었다. 깊은 산속의 화전민들에게 곡식은 늘 부족했고, 부족한 포만감을 채워준 것이 곤드레였다. 그렇지만 곤드레는 다른 채소와 달리 두툼하고 억세다. 잎의 끝에는 톱니 모양으로 뾰족한 가시까지 나있다. 그래서 다른 나물보다 훨씬 오랫동안 데쳐야 한다. 그 옛날 화전민이 아마 온산의 풀을 데쳐 먹어보다 이 가시 돋친 풀이 꽤 요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곤드레는 다른 풀들과 달리 많이 먹어도 몸이 붓는 부작용이 없다. 오히려 곤드레는 당뇨나 변비 개선은 물론이고 면역력까.. 더보기
무더위에도 음식을 직접 픽업하는 까닭 내가 한 달에 최소 한두 번은 가는 집 근처에 국숫집이 있다. 전북 전주 국숫집의 서울 분점인데 8000원에 중면으로 만든 독특한 칼국수의 정석을 맛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이 칼국수가 눈에 삼삼해 찾아갔더니 문을 닫았다. 비슷한 케이스는 많다. 집 근처에서 20년을 넘게 버텨온 닭칼국숫집도, 학창 시절 추억을 소환해주던 즉석떡볶이 집도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2년차의 살풍경이다. 나도 변했다. 예전과 달리 배달음식을 아주 자주 먹는다. 코로나19 전에 나는 배달음식의 편리함을 경계했다. 편리함 대신 다른 맛의 요소가 빠졌을 것이라는 의심이 있었던 탓이다. 아내도 변했다. 아내는 일주일에 한두 번 나와 함께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식재료를 구매했다. 하지만 이제 아내는 신선식품을 휴대폰으로 주문.. 더보기
‘메밀 함량 33%’ 국수 초복을 앞둔 어느 날, 대학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메밀국수 육수를 내봤는데 맛이 있다며 괜찮으면 주말에 자기가 만든 메밀국수를 먹으러 오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남자가 나이 들면서 요리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친구가 그랬다. 삼겹살 같은 평범한 음식은 물론 훠궈 같은 특이한 요리를 준비해 친구들을 불렀다. 마침 주말이 초복이어서 시원한 메밀이 괜찮다 싶어 흔쾌히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서 걱정이 됐다. 나는 메밀국수 메밀 함량에 민감한 편이다. 50~80%는 안 되겠지만 30% 정도의 메밀국수를 준비해 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한때 메밀국수 마니아였던 나는 여름철이면 30~100%까지 여러 가지 메밀 함량의 국수를 구비해놓고 골라 먹었다. 내 입맛에는 50~80% 정도가 좋았다. 구수.. 더보기
환경도 건강도 돈도 챙겨주는 채식 나는 운 좋게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어나기 한 해 전인 2019년에 ‘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 요리학교(ICIF)’로 유학을 다녀왔다. 20년 기자직을 그만두고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주로 요리 유학을 떠나기 전에 내가 세웠던 목표의 하나는 이탈리아식 채식을 배우는 거였다. 나는 고기를 가급적 먹지 않으려는 플렉시테리언이었지만 완전 채식(비건)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졸업 후 당연히 나는 인턴을 채식 레스토랑에서 하고 싶다고 학교에 부탁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채식 요리를 하는 레스토랑은 많지 않았다. 결국 내가 원하던 실습 기회를 갖지 못했다. 진로 상담을 했던 ICIF의 직원은 나에게 “미안해.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직 고기를 좋아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실제 이탈리아 북부 사람들의 고기 사랑은 남다.. 더보기
코로나19의 충격을 극복하는 식탁 어느새 우리는 모두 코로나 2년차가 됐다. 백신이 한창 접종 중이지만 우리 삶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음식이 바뀌고 있다. 변화의 방향은 다각적이지만 근대 이후 음식 공급망의 핵심이었던 시장과 식당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재구축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먹거리의 ABC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가장 우려되는 건 소득 감소에 따른 ‘영양의 충격’이다. 코로나19가 우리를 가난하게 만들어 우리를 더 배고프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충격이 크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을 보면, 2020년 2~4분기 가구소득 5분위(상위 20%) 소득이 1.5% 줄어들었지만 1분위(하위 20%) 소.. 더보기
커피 구독하실래요? 요즘 나는 커피를 구독한다. 구독처는 ‘커피의 메카’로 불리는 강원도 강릉의 작은 로스터리다. 계기는 단순했다. 강릉에 사는 지인이 나를 만날 때 두세 번 이곳의 커피를 선물로 사왔다. 밀봉된 드립백 10개가 들어 있는 박스였다. 한 봉에 1000원꼴이었다. 이 드립백은 갈아놓은 원두 10여g을 종이백에 넣어 놓았고, 나는 그저 끓여서 조금 식힌 물을 종이백에 부어 커피를 내려 마시면 됐다. 간편했다. 커피의 원산지가 제각각이었다. 에티오피아·브라질처럼 잘 알려진 지역 원두도 있었고, 부룬디·엘살바도르같이 다소 생소한 지역의 원두도 있었다. 미리 갈아놓은 원두이지만 지역적 특색을 쉽게 느낄 만큼 풍미가 괜찮았다. 이내 나는 이 커피상자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 이 커피는 사라진 줄 알았던 나의 지리적 호기.. 더보기
음식혁명의 열매, 배달노동자와 나눠야 천혜향·황금향·레드향. 올겨울 내가 즐기고 있는 귤의 이름들이다. 지난주부터는 레드향을 먹고 있다. 레드향은 껍질이 얇고 과육 알갱이가 톡톡 씹혀 색다른 상큼함이 느껴진다. 우리가 귤하면 떠올리는 온주밀감도 매주 주문해 먹고 있다. 지난 20일은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첫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 전염병이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 그래도 어떻게든 견디고 있는 것은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레드향 같은 음식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어서였다. 누군가 전염병의 위험을 무릅쓰고 내 집 앞까지 생필품과 음식을 전해주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음식 배달 서비스가 요긴했다. 재택근무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때문이다. 처음에는 끼니를 때울 요량으로 찌.. 더보기
코로나19가 전화위복이 되려면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예년 같으면 많은 사람들이 성탄 전후로 가족과 지인들을 만나 정담을 나눴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같이 1000여명씩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예년처럼 모임을 갖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내년에 백신 접종이 시작돼 집단면역이 생길 때까지 우리는 가슴 졸이며 일상의 제한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우리는 코로나 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교육도 일도 정치도 새로운 표준을 찾아야 한다. 식탁도 그중 하나다. 유엔과 세계은행 등은 내년 식량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식량 부족 인구가 전년에 견줘 최대 1억3000만명 늘어난 8억2000만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9년 식량 부족 인구(6억9000만명)가 전년 대비 1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