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미래

달구나! 달고나커피

달고나커피의 인기가 뜨겁다. 6일 현재 ‘dalgona coffee’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1210만개의 결과물이, 유튜브에서는 527만개의 동영상이 검색된다. 이 커피의 레시피는 간단하다. 인스턴트 커피에 물과 설탕을 넣고 저어서 생긴 걸쭉한 크림을 우유에 얹어 즐기는 것이다. 이 크림이 설탕 뽑기(달고나)의 부풀어 오른 모습처럼 보여서 ‘달고나’라는 이름이 붙었다. 


달고나커피의 인기는 코로나19 덕분이다. 물리적 거리 두기나 이동 금지 명령(록다운)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누리꾼들이 집에서의 체험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재료, 손쉬운 제조법,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인스타그래머블한) 자태의 달고나 커피는 집에서의 재미를 추구하는 ‘홈 루덴스’에게 안성맞춤이다.  


달고나커피의 멋진 모양새는 휘젓는 과정에서 나온다. 저어주는 과정에서 물에 용해된 재료들에 공기가 들어가 거품이 생기는데, 설탕 속 당분의 점성이 이 거품을 잡고 있어 크림 형태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은 계란 흰자에 설탕을 넣고 저어 만드는 머랭이나 육수나 과즙에 기름을 섞어 만드는 소스와 비슷하다. 달고나 커피를 젓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제과나 요리에 입문한 셈이다. 무공을 위해 도사님 밑에서 3년을 물 긷고 밥 지어야 하는 수고를 동영상을 따라한 400번의 휘저음(feat. 400번)이 갈음해준 것이다. 


달고나커피는 우리를 요리 말고 다른 길로 입문시킨다. 집 안에 고립돼 있지만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는 ‘연대의 길’이다. 우리는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가 비정상(앱노멀)이 될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정상의 키워드가 ‘자동화’와 ‘차별’이라고 예상한다. 사람이 사람과의 대면을 피하는 언택트 시대, 사람의 일을 인공지능과 기계가 대체한다. 대량 실업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미국의 전 노동부 장관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관리·전문직과 공무원·배달원 같은 필수노동자 외에 나머지 노동계급은 하층민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른바 ‘코로나 카스트’다. 한마디로 코로나19 이후 우리를 덮칠 쓰나미의 높이를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데도 어떤 나라는 아직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SNS로 24시간 연결돼 있고 언제든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달고나커피는 가끔 잊고 있는 우리 힘의 원천을 환기시켜주고 있다. 달고나커피의 달달함은 설탕이 아니라 우리가 다른 누군가와 연결돼 있다는 연대감에서 온 것이다. 그 달콤한 연대감에 세계인들이 호응했던 것은 아닐까?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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