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미래

전염병이 바꿔놓을 식탁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우리는 정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최근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예전과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예상했다. 가디언뿐 아니라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전염병 이후 정치·경제는 물론 우리 생활까지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핑크빛이 아니라 잿빛 전망이다. 


음식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로 실업이 증가하는 데다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도 늘고 있다. 논란은 있지만 온라인개학 등 원격수업도 실시된다. 사회 변동의 핵심 원인인 고용과 교육이 달라지면 음식은 변할 수밖에 없다. 이미 대중들은 감염을 의식해 외식 대신 집에서 배달음식을 먹고 있다. 주문 방식은 3분의 2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다.


최근 구글 조사를 보면, 감염 피해가 극심한 이탈리아에서 식당·카페·영화관 방문이 전염병 이전에 견줘 94% 감소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은 47%, 한국은 19% 줄었다. 반면 온라인 배달산업은 성장 중이다. 영국 언론들은 영국의 1분기 온라인 배달산업이 지난해 동기 대비 9.8% 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모든 것이 멈춘 지금 상황에서 온라인 음식배달업은 유일한 승자 가운데 하나”라는 말까지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에도 관련 업종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4%씩 성장해왔다.  


음식은 시간과 비용의 함수다. 좋은 재료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면 당연히 맛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어머니의 집밥과 맛집이다. 반대편엔 저렴한 재료를 짧은 시간에 조리한 음식이 있다.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이다. 


코로나19로 전혀 다른 두 종류의 음식이 아슬아슬하게 유지해온 균형은 깨질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음식 배달업계에선 좋은 재료와 오랜 시간의 조리법보다는 가격과 효용을 우선시하는 탓이다. 


이 와중에 국내 관련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이 가맹점 수수료는 인상하고 배달노동자(라이더) 지급액은 낮춰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가장 자주 먹어야 하는 배달 음식의 윤리성까지도 고민해야 할지 모른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자본의 논리가 골목길을 지켜온 순댓집과 브런치 카페의 맛과 멋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이미 미국 뉴욕에서는 미쉐린 레스토랑이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가 담긴 음식 대신 배달에 적합한 햄버거를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전염병이 아날로그의 얼마 남지 않은 성지인 음식점까지 디지털 세계에 투항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배달앱의 빅데이터와 할인 혜택이 내가 즐겨 찾는 단골집의 구수한 정취를 구현해줄 수는 없다.


<권은중 |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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