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미래

육식본능, ‘착한 소비’가 바꾼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지난 15일 미국의 대체육류 개발 스타트업인 임파서블푸즈(Impossible Foods)에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하였다. 임파서블푸즈는 비욘드미트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식물 이용 대체육 회사다.


대체육은 식물로 만드는 식물육과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드는 배양육 두 종류로 나뉜다. 배양육은 고기 배양에 최소 2주가 걸리기 때문에 환경적 이점이 적고 가격도 비싸다. 반면 콩 등에서 단백질을 추출하는 방식의 식물육은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 가격도 저렴해 이미 맥도널드·버거킹 등에서 식물육 버거가 시판 중이다.


대체육 시장의 성장세는 폭발적인데 2030년까지 매년 28%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육식을 꺼리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건강 때문이다. 가축들이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사료를 먹고 항생제에 노출돼 건강에 마이너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는 2015년 붉은 고기를 가공육과 함께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또 동물복지와 지구환경을 위해 육식을 피하려는 사람도 많다. 축산업은 세계에서 생산되는 곡식의 3분의 1을 사용하는데 이는 기아에 허덕이는 저개발국 사람을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다. 거기다 매년 소와 닭은 무려 10억마리와 600억마리가 각각 도축된다. 고기를 먹지 않는 ‘착한 소비’만으로도 지구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식물성 고기야말로 미래의 음식”이라며 임파서블푸즈에 거액을 투자한 것도 이런 까닭이었다.


그렇다면 환경과 생명에 대한 신념이 인간의 ‘육식본능’을 없앨 수 있을까? 가능해 보인다. 지난해 4월 영국의 저널 ‘미트 사이언스’에 실린 독일의 배양육에 대한 수용자 조사 결과를 보면, 713명의 조사 대상 가운데 38%가 동물복지나 생태를 이유로 대체육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에서도 환경적 신념이 육류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여기에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채식은 힙(hip)하다’는 메시지로 누리꾼들을 채식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젊은 고소득·고학력 여성을 중심으로 채식 인구가 늘고 있는데 이는 인스타그램 사용자와 겹친다. 


그러나 대체육 시식 기사나 댓글을 보면, 아직 외국의 대체육은 우리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수천년 전부터 양념고기인 ‘맥적’을 즐겨온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대체육을 외국 기업이 만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기업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권은중 |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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