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미래

권력의 식탁

음식만큼 그 사람의 취향을 보여주는 것은 없다. “먹는 것이 나”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음식 취향은 그의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만큼이나 독특하다. 그는 백악관을 찾아온 내빈에게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자주 대접해 입길에 오른다. 


문제는 트럼프가 권력자라는 점이다. 독특한 자신의 취향을 어린 학생에게 강요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1월 말 건강식단 급식법의 학교 급식 기준을 바꿨다. 바뀐 기준은 학교 아침 식사에서 제공되는 과일이나 채소 대신 육류와 냉동감자 같은 대용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햄버거, 피자, 초콜릿쿠키 같은 메뉴도 추가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잔반을 줄이고 식욕을 돋우는 상식적인 음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2010년 관련법 제정 당시 기준은 학교 급식에 과일이나 채소, 통밀과 같은 정제되지 않은 곡물 등을 포함시키는 것이었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2017년 염분 감소와 통밀 제공 규정에 제동을 건 바 있다. 미국 시민단체들은 “트럼프 정부의 상식적인 음식은 햄버거나 냉동감자튀김 같은 패스트푸드”라고 비판했다. 새로운 기준으로 급식을 먹을 학생은 3000만명에 이른다.


미국은 ‘비만천국’이다. 미국은 성인 10명 중 4명이, 아동 및 청소년 10명 중 2명이 비만(2016년 기준)이다. 비만율은 흑인, 저소득층, 고졸 미만 학력자가 다른 집단에 견줘 훨씬 높다. 흑인여성의 비만율은 60%에 달한다. 비만의 원인이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임을 짐작할 수 있다. 


오바마 정부는 올바른 음식교육을 통해 청소년 비만율을 5% 낮추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상식’과 ‘효율’이라는 근거를 들어 이런 정책을 180도 바꾸었다. 아이들에게 패스트푸드를 줘 잔반을 줄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교육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를 게 없다. 대개 권력은 미래의 가치보다 눈앞의 숫자를 탐한다. 음식의 미래에서 권력이 중요한 까닭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제임스 J 헤크먼 시카고대 교수는 “아동의 인생을 바꾸는 조건 가운데 상당수는 어린 시절에 결정된다”고 말했다. 어릴수록 변화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는 아동들에게 적극적으로 교육·건강·영양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득 불평등만큼 심각한 건강 불평등이 미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경고에 트럼프는 귀를 막고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 가족들의 밥상은 어떨까? 


그의 딸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이방카는 ‘부분 채식주의자’며 아이들과 과일과 채소로 아침을 즐겨 먹는다는 것을 이방카의 인스타그램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아침에는 채식 중심으로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권은중 음식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