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미래

소년, 2022년의 음식을 꿈꾸다

2022년은 나에게 특별한 해다. 초등학교 시절, 어린이 신문과 잡지가 매우 인기였다. 이들 매체는 인류의 삶이 확 달라질 미래의 기준을 2022년으로 가정한 기사를 많이 썼다. 2022년이 되면 인류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고, 여름휴가를 달로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음식도 튜브에 들어가거나 알약으로 바뀌어 식사가 간편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2년을 2년 앞둔 지금, 여러 예측 가운데 음식 부문이 가장 틀린 듯하다. 극소수지만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 달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주 여행을 할 수 있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상용화를 목표로 실험 중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예전처럼 먹고 있다.


인류는 유독 음식에 대해서는 보수적이다. 집도, 옷도, 탈것도 완전히 바뀌었지만 먹는 밥과 빵은 그대로다. 심지어 전통 음식은 비싸다. 음식이 기본적으로 희소한 경제재인 탓이다. 인류가 아무리 우주에 가고 원자를 쪼개도 인간의 활동에 필요한 열량은 생명체인 동물과 식물에 의존하고 있다. 대체재는 없다. 이런 희소성으로 음식은 계급이나 취향을 나타내는 독특한 상징성을 가져왔다. 붉은 소고기는 오랫동안 그 상징의 정점에 있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소고기의 붉은 피가 권력·열정·성욕 따위를 상징한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음식의 전통적 상징체계는 해체되고 재구축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덕분이다.


즙이 떨어지는 스테이크보다 허름한 노포의 순댓국밥이 ‘좋아요’를 더 많이 받을 수도 있다. 심지어 SNS는 고열량의 나트륨 많은 편의점 음식도 재미있는 음식으로 탈바꿈시키곤 한다. 


방에서 혼자서 ‘좋아요’를 눌렀을 뿐인데 이 행위는 전 지구적인 트렌드의 실핏줄이 된다. 대중은 과시의 음식 대신 친밀감을 느끼는 음식에 반응한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그 음식을 직접 찾아가서 먹고 다시 경험을 공유한다. 이 과정은 SNS를 통한 시민의 정치 참여나 소비자운동과 동일하다.


물론 낮은 신뢰도, 상업적 이용 가능성 등의 부작용도 있지만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음식의 미래는 식품공학자나 TV·신문 같은 전통적 미디어가 아니라 SNS가 규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인류 역사 최초로 요리가 대중들의 각광을 받게 된 것도 SNS의 공이다.


2022년에 우리가 즐길 음식이 튜브에 들어가거나 알약으로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거친 잡곡에 나물로 구성된 과거의 상차림으로 돌아갈 수 있다. SNS가 이끌 그 예측 불가능함에 나는 ‘좋아요’를 누르고 싶다. 달나라로 휴가도 못 가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도 탈 수 없겠지만 내가 2022년을 기다리는 이유다.


<권은중 |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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