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미래

북극곰의 눈물이 우리의 눈물이다

북극곰은 북극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다. 250~500㎏의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시속 10㎞로 빠르게 헤엄친다. 각기 다른 두 종류의 털과 두께 10㎝의 피하지방으로 영하 40도의 추위와 초속 100㎞대의 강풍을 견딘다. 이런 조건에도 북극곰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위기종 적색목록에 올라 있다. 절멸 위기에 빠진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에 따른 빙하 손실’이다.

원인은 인간이다. 인간이 사용한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빙하를 없애 왔다. 그 탓에 북극곰들은 빙하를 찾으려고 매일 수백㎞를 헤엄쳐야 한다. 북극곰에게 빙하는 자식을 키우는 학교이자 먹이를 사냥하는 일터다. 그렇지만 우리는 북극곰의 눈물에 둔감하다. 기후위기는 빙하가 녹고 있는 극지방에서나 일어나는 일쯤으로 여기는 탓이다.

그런데 7월 초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 산맥 최고봉(3343m)인 마르몰라다 정상의 빙하가 무너져 11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이 산은 정상 500m 밑까지 케이블카가 놓여 있는 유명 관광지다. 빙하 붕괴의 원인은 70년 만에 닥친 최악의 폭염이었다. 기후위기에 따른 빙하 붕괴가 북극곰이 사는 극지방뿐 아니라 인간이 밀집한 유럽 한복판에서 일어난 것이다.

기후위기는 빙하만 무너뜨리는 게 아니다. 우리 삶의 기초인 식탁도 무너뜨린다. 기후위기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우리 식탁을 위협하는 퍼펙트스톰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까지 겹쳤다. 실제 미국 식품가격은 1979년 2차 석유파동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40년 만에 최고 상승폭인 9%선을 넘었다. 품목별로는 식료품이 1년 전보다 10.4% 올라 오름폭이 가장 컸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0% 올랐는데 이런 상승률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구매가 잦은 쌀과 라면 등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7.4%나 올랐다.

이런 식품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식량난 때문에 이미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 48개 국가에서 시위가 일어났다”며 “현 상황은 2007~2008년 식량위기나 2011년 아랍의 봄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북극곰이 추위를 견디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1일 권장 섭취 열량의 7배인 하루 1만6000㎉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냥터인 빙하를 잃어버린 북극곰은 민가로 와서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북극곰보다 훨씬 적게 먹는 인간도 다르지 않다. 식량을 찾아 수천㎞를 떠도는 식량 난민이 생기고 있다.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과 영국의 저소득층도 코로나19와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끼니를 걱정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북극곰뿐 아니라 인간도 눈물 흘리게 하고 있다.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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