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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잊지 말아야 할 우리 아이 예방접종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어린아이들을 위협하는 각종 바이러스성 질환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라면 아이의 건강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모든 질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한 법. 일교차가 큰 11월, 놓치지 말고 맞아야 할 백신의 종류와 함께 알아두면 유용할 예방접종 상식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독감

독감은 그 자체의 위험성보다 중이염, 폐렴 등 합병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되는 질병이다. 독감에 걸리면 열이 나고 온몸이 욱신거리며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흔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독감은 심한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독감 예방접종은 보통 9월부터 실시하는 편인데, 올해는 독감 환자의 발생이 다른 해보다 빨라 이미 8월 말부터 접종을 시작한 상태다. 따라서 가능한 한 일찍 독감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독감 접종은 6개월 동안만 효과가 지속된다는 인식이 있어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될 때쯤 늦게 접종을 하려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독감 접종의 효과는 1년 미만까지 지속되므로 일찍 접종하도록 한다. 특히 올해 처음 독감 접종을 하는 9세 미만의 아이들이나, 작년에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9세 미만 아이들은 2회의 독감 예방접종을 해야 하므로 서두를 필요가 있다.





13개 균 예방으로 업그레이드된 폐렴구균 백신

환절기를 맞아 빼놓지 않아야 할 백신이 바로 폐렴구균 백신이다. 폐렴구균은 수막염, 패혈증, 급성 중이염, 폐렴구균성 폐렴을 일으키는 것으로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매년 160만 명이 이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이 중 5세 미만의 소아 사망자 수가 70만~100만 명에 이른다.

폐렴구균의 종류에는 90여 가지가 있는데, 대부분의 폐렴구균성 질환은 활동성이 높은 10여 가지 균에 의해 발생하므로 이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최근에는 7가지 폐렴구균을 예방하던 기존의 백신보다 더 효과가 좋은 ‘프리베나 13’ 백신이 국내에 도입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총 4회 접종이 이루어지며 생후 2개월, 4개월, 6개월에 기초접종을 실시한 뒤 12~15개월에 추가접종을 하면 된다. 
기존의 7개 균 예방백신을 접종한 아이들도 추가로 6가지 폐렴구균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13가지 백신으로 바꿔 맞는 것이 좋다. 마지막 접종 시기로부터 2개월이 지난 경우에는 ‘프리베나 13’을 1회 추가 접종하면 추가된 6가지 균에 대한 면역역을 키울 수 있다.

“어린아이일수록 동시 접종은 무리다?”

대한민국의 많은 엄마들이 ‘한 번에 여러 개의 백신을 맞는 것은 아이에게 무리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힘들더라도 여러 번에 나눠 예방접종을 맞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여섯 살이 될 때까지 반드시 맞아야 할 국가 필수 예방접종만 해도 20~24회에 달한다. 여기에 선택 백신까지 포함하면 총 37번 정도의 접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실수로 빼먹고 넘어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또 아이들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주사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현재 미국 등에서는 동시 접종할 수 있는 예방접종은 반드시 한 번에 맞도록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여러 개의 백신을 맞는다고 해서 이상반응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각 백신의 효과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2개월 아기에게는 4가지, 6개월 아기에게는 5가지를 동시 접종할 수 있다.

“예방접종 전 미열이 있으면 접종을 미뤄야 한다?”

보통 예방접종을 하기 전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접종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39℃ 이하의 미열이 있는 정도라면 예방접종을 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 부모가 임의로 판단해 필수 예방접종 시기를 넘기기보다는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찰을 통해 접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항생제를 사용 중일 때, 모유를 먹일 때, 비특이성 알레르기가 있을 때, 경련 등 예방접종 부작용 가족력이 있을 때는 접종 전 반드시 의사와 상담을 거치는 것이 좋다.

“시간이 없으면 예정일 전이라도 미리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필수 접종 예정일을 넘겨 맞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해진 날짜보다 미리 접종하는 것은 좋지 않다. 또 최근에는 예방접종의 부작용이 많이 줄어들어 상관은 없지만, 가능한 한 예방접종은 오전에 하는 것이 좋다. 
접종을 하러 갈 때는 반드시 육아 수첩을 지참해 아이의 현재 상태와 이번에 접종하는 것이 어떤 백신인지, 몇 차 접종인지 등을 확인하도록 한다.

“예방접종 후 열이 있다면 해열제를 먹여서는 안 된다?”

아이에 따라 예방접종 후 열이 나기도 하는데, 이때는 안심하고 해열제를 먹여도 된다. 단, 예방접종 전 해열제 사용은 위험할 수 있다. 예방접종 후에는 바로 집으로 가지 말고 20분 정도 병원이나 보건소 주변에서 아이의 상태를 관찰해 특이한 징후가 나타나는지 살피는 것이 좋고, 당일과 다음날은 너무 무리하게 놀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 하루 정도는 목욕을 피하는 게 좋지만 간단한 샤워 정도는 해도 무방하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주석 ■도움말 / 하정훈(소아청소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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