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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84세 현역 패션디자이너 노라노

글 유인경 선임기자·사진 김정근 기자 alice@kyunghyang.com


 

ㆍ명동 의상실 개장 60주년 전시회
ㆍ고객 기증 작품 등 한국 패션사 한눈에
ㆍ가을엔 섹시한 드레스로 미국시장 도전
ㆍ80대에 20대와도 교감하며 ‘장밋빛 인생’

 

국내 최초의 패션디자이너, 국내 최초의 해외유학 디자이너, 국내 최초로 패션쇼를 연 디자이너…. 패션디자이너 노라노씨(84)가 의상실 문을 연 지 60년을 기념해 23일부터 6월2일까지 호림미술관 JNB 갤러리에서 ‘LA VIE EN ROSE’(장밋빛 인생)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연다.

 

국제복장학원을 운영하던 최경자씨 등 연배 높은 디자이너들은 많지만 지금까지 의상실을 운영하며 한번도 빠짐없이 계절마다 패션쇼를 열고 60주년 행사를 갖는 디자이너는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그가 유일하다.

 

 

노라노씨를 위해 지난 60년간 그의 옷을 일상과 무대에서 입었던 스타들과 고객들이 기꺼이 1950년대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많은 작품을 증정했다. 기아자동차(아래 사진), 코오롱스포츠 등은 노라노씨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자동차와 스포츠용품을 선보였다.

 

강희숙 등 후배디자이너들과 사진작가들도 초상화와 사진으로 대한민국 패션사를 써온 노씨에게 헌사했다. 스타일리스트 서은영, 비주컴의 손지희씨 등이 모두 무료로 행사기획과 홍보를 맡아 한국 패션의 뿌리를 찾는 일에 동참했다.

 

“은교란 영화의 주인공이 내 옷을 입고 사진촬영을 했는데 나이를 물어보니 21세래요. 내 나이의 4분의 1이야. 3대째 내 옷을 입는 모녀들도 있어요. 3대를 거치고, 어린 이들과도 교감할 수 있는 비결은 그저 성실히 꾸준히 내 일만 한 덕분이죠.”

 

1948년에 패션계에 입문, 1952년 서울 명동에 첫 의상실을 연 노라노씨는 자신이 주인인데도 단 한 번도 아프단 핑계로 결근을 하지 않고 매일 나와 고객을 만나고 디자인을 해왔다. 5분 간격으로 태어난 쌍둥이도 세대 차이를 느낀다는 요즘, 노라노씨는 20대들과도 교감하며 80대에도 장밋빛 인생을 노래한다.

 


“진짜 멋쟁이는 값비싼 옷과 액세서리로 치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잘 알고 때와 장소에 맞게 입는 사람이에요. 유행에 따르기보다는 자기 개성을 돋보이게 해주는 옷, 직업에 맞는 옷을 입으면 ‘스타일’이 만들어지죠. 완성도 높은 고전작품이 시대를 초월하듯 잘 만들어진 옷은 평생 입을 수 있답니다.”

 

야심보다는 도전정신으로 살아와서 지치지 않는다는 노씨는 올가을 미국 시장에 재도전한다. 매일 새로운 옷으로 바뀌는 패스트패션에 소비자들이 실증날 것을 대비해 섹시함이 가미된 캐주얼드레스를 만들어 후계자인 정금라 실장과 함께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노라노 열풍을 일으키겠단다. 그의 장밋빛 인생은 계속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