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헤어질 결심’, 그리고 ‘안개’

 

29일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은 정훈희와 송창식이 함께 부른 ‘안개’를 영화의 엔딩곡으로 썼다.

박 감독은 “두 분과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던 순간은 저에게 놀라운 경험이었다. 나의 평생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생각하면 무엇 하나 지나간 추억/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돌아서면 가로막는 낮은 목소리/ 바람이여 안개를 걷어가다오.”

정훈희의 데뷔작 ‘안개’는 영화와 인연이 깊다. 1967년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을 영화화한 김수용 감독의 <안개> 주제곡이었다. 작곡가 이봉조가 18세 여고생 정훈희를 발탁하여 이 노래를 부르게 했다. 음악 가족의 외동딸이었던 정훈희는 외모와 가창력을 갖춘 신예였다. 이봉조에게 조카를 추천한 숙부는 그랜드호텔의 밴드 마스터였고, 아버지 정근수는 피아니스트, 큰오빠 정희택은 기타리스트였다. 가수 김태화와 결혼했으며, 조카 제이도 가수로 데뷔했다.

정훈희는 1970년 도쿄가요제에 참가하여 입상할 당시 긴장한 이봉조 선생님에게 “떨지 마소. 노래는 제가 하지 선생님이 합니까?”라고 얘기할 정도로 배포도 컸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그리스가요제, 칠레가요제 등에 참가하여 수상했다.

정훈희는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이 활약하던 ‘쎄시봉’ 무대에도 자주 올랐다. 특히 송창식과는 무대에서 듀엣으로 호흡을 자주 맞췄다. 송창식은 1972년 애창곡을 모아 음반을 내면서 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되살아난 송창식과 정훈희의 듀엣곡이 당대의 음악팬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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