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기획자 구글의 온라인 전시

도로시, Music Makers & Machines-Electric Love Blueprint, 2021 ⓒDorothy

콤팩트 카세트테이프를 발명한 루 오텐스가 별세했다. 발명자의 작고 소식 앞에 음원의 저장과 유통의 역사가 새삼스럽다. 레이디 가가, 블랙 핑크 등 몇몇 뮤지션들이 카세트테이프를 발매하고,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판매량도 꾸준히 증가한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지금이 카세트테이프의 시대가 아니라는 건 다들 안다.

 

구글과 유튜브가 협력하여 온라인사이트 아트앤드컬처에서 새 전시를 열었다. ‘뮤직, 메이커스 & 머신’이라는 제목으로 전자음악의 역사 속 발명가들, 예술가들, 문화, 기술을 다룬다. 오래전부터 온라인 전시를 개최해 온 구글은 이제 다양한 도구를 능숙하게 활용하여 정보를 가공하고 조직하면서 보기 좋은 전시를 만든다. 방대한 데이터를 운용하는 구글은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그 어떤 조직보다 막강한 영향력, 기술력, 네트워킹 능력을 보여준다.

 

전자음악의 역사 섹션을 클릭하면, 1895년 타디우스 카힐이 발명한 텔하모니움의 소리와 이미지를 시작으로 뮤지션 프린스, 육체적 접촉 없이 작동하는 전자 악기 테레민을 연주하는 알렉산드라 스테파노프의 이미지가 이어진다. 클릭을 반복하고 스크롤을 내리면서 전자음악의 역사, 주요 레이블, 클럽 문화, 영화, 비디오 게임, 뮤지션, 악기개발자에 대한 내용을 훑는다.

 

글, 사진, 동영상, 사운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좀처럼 전시 밖으로 나올 수가 없다. 전시공간의 물리적 면적을 고려할 이유가 없으니, 기획의도를 풍부하게 구현할 수 있는 다채로운 정보를 제한 없이 업로드한다. 실물 악기를 배치할 필요가 없으니 구하기 힘든 악기도 이미지 한 장으로 커버한다. 이 전시를 물리적 공간에 구현한다면 필요한 노력과 예산을 가늠해 보니, 구글이 한없이 얄밉다.

 

김지연 전시기획자·d/p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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