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김지연의 미술소환]창조의 장애물

SEE, WHY IT IS SO? ⓒArchives Szukalski

오른손은 화살촉을 닮은 숟가락으로 귓바퀴에 눈알을 밀어 넣을 기세다. 혹은, 귓속에서 눈알을 떠내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마치, 감각기관이 보고 듣는 것을 의심하는 시간을 통과하면서 손으로 자신의 언어를 빚어가는 예술가의 초상 같다.

 

폴란드 출신 작가 스타니슬라브 슈칼스키(1893~1987)는 공식적인 미술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예술가다. 10세에 시카고로 이민 온 뒤, 폴란드와 미국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한 그는, 과거의 예술가들이 이룩한 성과를 참조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독창적으로 구축한 작업으로 시카고 화단의 큰 주목을 받았다. 폴란드 정부는 그를 가장 위대한 살아 있는 예술가라고 칭송하며 개인미술관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그는 전쟁의 포화 속에 거의 모든 작품을 잃어버렸고, 그 후 미술계에서 사라진다.

 

서점에서 우연히 그의 작품집을 발견한 후, 작품세계에 매료된 LA의 몇몇 언더그라운드 예술가들은, 그의 작품세계를 제도 미술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들은 ‘너무 정치적이고, 독단적이고, 날것이고, 미쳤기 때문에 관심이 없다’는 답변만을 받았다. 이들은 틈틈이 예술에 대한 노화가의 발언을 영상에 담았고, 영상자료를 토대로 2018년 슈칼스키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다.

 

“학교는 우리가 유아일 때 지니는 본래의 성향을 왜곡하고 우리를 다른 사람과 똑같은 평범한 인간으로 만들죠. 이 세상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싶다면 누구의 말도 들어서는 안 됩니다.” 자신만의 알파벳을 디자인해 쓰고,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버지의 몸을 직접 해부해 인체의 골격을 학습할 정도로 지독하게, 오염되지 않은 자신의 시각과 표현방식에 집착해온 예술가에게, 미술계는 여전히 닫혀 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