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남해 금산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이성복 ‘남해 금산’)

 

남해 금산은 경남 남해군 금산(錦山)을 지칭하는 지명이다. 푸른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풍광이 시적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지난 8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듀오 그룹 둘다섯의 오세복은 히트곡 ‘밤배’를 이곳 보리암에서 만들었다.

 

“검은 빛 바다 위를 밤배 저 밤배/ 무섭지도 않은가 봐 한없이 흘러가네/ 밤하늘 잔별들이 아롱져 비칠 때면/ 작은 노를 저어 저어 은하수 건너가네/ 끝없이 끝없이 자꾸만 가면/ 어디서 어디서 잠들 텐가 음/ 볼 사람 찾는 이 없는 조그만 밤배야.”

 

둘다섯은 휘문고 선후배 사이인 이두진과 오세복이 결성한 통기타 그룹이다. 이씨의 둘과 오씨의 다섯이 합한 이름이다. 1973년 남해 금산을 여행하던 오세복은 보리암에서 하룻밤을 묵게 됐다. 해발 681m의 절벽 위 암자에 서서 발아래로 펼쳐진 남해와 상주 해수욕장을 내려다봤다. ‘깨달음의 길로 이끌어 준다(菩提)’는 뜻의 암자 이름같이 거짓말처럼 노래 한 곡이 만들어졌다. 캄캄한 바다 위에 외롭게 떠가는 밤배의 불빛이 만들어준 노래였다. 이 노래는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모습/ 달처럼 탐스런 하이얀 얼굴”로 시작하는 또 다른 히트곡 ‘긴 머리 소녀’와 함께 이들의 대표곡이 됐다.

 

‘밤배’는 초등학교 6학년 음악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고, 상주 해수욕장에 노랫말을 새긴 노래비도 건립됐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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