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노을

코로나19로 하늘길도 막히고, 사람 사이의 길도 막힌 요즘 그나마 위안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맑은 하늘이다. 그중에서도 해가 지는 저녁, 서쪽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은 우리를 황홀하게 만든다. 매일 모습을 달리하는 황혼은 코로나19 시대의 슬픈 선물 같다.

 

“서쪽 하늘로 노을은 지고/ 이젠 슬픔이 돼버린 그대를/ 다시 부를 수 없을 것 같아/ 또 한 번 불러 보네/ 소리쳐 불러도 늘 허공에/ 부서져 돌아오는 너의 이름/ 이젠 더 견딜 힘조차 없게/ 날 버려두고 가지.”

 

이승철이 영화 <청연>의 주제곡으로 처음 부른 뒤 Mnet의 <슈퍼스타K>에서 울랄라세션이 불러 유명해진 ‘서쪽 하늘’은 노을과 잘 어울린다. 그러나 이 노래와 연관됐던 연예인들 중에서 세상을 달리한 사람이 많다.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장진영과 김주혁이 차례로 세상을 떠났고,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도 저세상 사람이 됐다.

 

후렴구인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로 친숙한 ‘붉은 노을’은 고 이영훈이 만든 곡이다. 1988년 이문세가 불러 유명해진 경쾌한 발라드를 2008년 빅뱅이 리메이크했다. 그래서 세대를 구분하는 곡으로도 유명하다. 이 노래를 누구의 노래로 들었느냐가 ‘아재인가, 신세대인가’의 기준이었지만 빅뱅세대도 이미 삼촌들이 됐다. 윤도현밴드가 <나는 가수다>에서 부른 리메이크곡도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밖에도 이수영, 신화, 서영은, 엠씨더맥스 등 수많은 가수가 이 노래를 다시 불렀다. 그래서 한 시절에 노래방 떼창곡으로도 유명했다.

 

오늘도 지는 노을을 바라보다가 문득 서해 어디쯤으로 차를 몰아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어쩌랴, 그 아름다운 순간은 찰나인 것을.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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