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내 입에 따스운 밥 한 술이 그냥 들어오는 게 아니다

선거철이라 묻히는 듯한데, 요즘 장바구니 물가가 그야말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원래 시중 물가는 단기적으로는 채소가 큰 영향을 끼친다. 혹한과 장마가 대표적이다. 상추가 금추가 되는 건 대개 영하 십몇 도씩 내려가는 날씨에 상추가 얼거나 시설 난방비로 생산비가 치솟을 때다. 폭설이 와서 시설이 주저앉아도 마찬가지다. 장마야 말할 것도 없다. 값이 크게 오른 것 중에는 딸기가 체감으로는 가장 커 보인다. 일조량이 부족했다고 한다. 한창 딸기 모종을 옮겨 심을 즈음에 미세먼지 등으로 시설로 지어놓은 하우스가 충분한 빛을 받아들이지 못한 탓이라는 말이다. 올해는 주머닛돈도 궁해 딸기 맛을 딱 한 번 보았다. 기가 막힐 일이다. 장 보다가 딸기를 집었다 놨다 한다. 딸기 제철은 농사 시스템 변화로 1~2월로 당겨졌다. 2월 하반기에는 값이 떨어지려나.

어쨌든 코로나19로 소비는 위축되는 듯한데, 오히려 물가는 오르는 이유는 뭘까. 툭하면 끌어다 야단치는 ‘중간상인의 농간’ 같은 걸까. 가장 큰 건 코로나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가 비중이 큰 축산이 기반인 모든 식품산업이 애를 먹고 있다. 세계의 생산시장은 낮은 임금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축산 관리, 도축 등 현장의 힘든 일을 도맡던 이주노동자의 수급이 코로나로 원활하지 못하다.

한국은 어느 정도일까. 3D라고 부르는 산업은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관련 자료가 명확하게 밝히고 있기도 한데, 현장의 체감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한겨울에 생산하는 김은 일할 사람이 없어 거의 외국인 노동자의 손을 빌려왔다. 목포나 완도 등 관련 남도의 도시에 가면, ‘해의 구함’이라는 구인 광고가 수없이 붙어 있다. 해의란 김을 말한다. 김 농사는 엄청나게 힘들고, 한겨울 바다 작업이라 더 고되다. 일할 내국인이 없다. 결국 외국인 힘을 빌려야 한다. 양식일이고 배타고 나가는 조업이고 마찬가지다. 몇 번 어선을 탄 적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6~7할은 외국인 선원이 메운다. 심하게는 직원 스무 명이 탄 어선에 올랐는데, 선장 빼고 열아홉이 외국인이었던 경험도 있다. 이유를 선장에게 물어봐야 뻔하지 않은가. 내국인은 낮은 임금에 오지 않고, 올 사람도 없다, 가 정답이다.

축산도 마찬가지다. 축산이 전원에서 가축 놓아기르고, 뭐 그런 목가적인 상상을 하는 분은 없겠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중노동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의 전담하다시피 한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한국인’들이 장차 이런 현장 직업에 뛰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게다가 인구는 점점 더 줄어든다. 아닌 말로 일하러 오는 외국인들 비위 상하지 않게 살살 달래고, 대우 정확하게 해서 꾸준히 한국에 오도록 하고 이민을 받아들이자는 게 현장의 솔직한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 판국에 의료보험에 숟가락을 얹네(사실관계도 틀리다) 하는 말을 하는 대선 후보는 국가의 미래를 당최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보편적 인권 문제를 따지기 전에, 현실적으로 외국인 없는 경제가 어떤지 상상이나 다들 해보고 한마디씩 하길 바란다. 내 입에 따스운 밥 한 술, 고기 한 점이 그냥 들어오는 게 아니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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