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칼럼

[노래와 세상]봄

봄은 기다려도 오고,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 남도의 끝자락부터 봄이 시작되면 마음이 먼저 남녘으로 달려간다. 해남 땅끝마을부터 강진땅, 소록도와 통영 앞바다까지 시방 봄이 넘쳐날 것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봄노래 중에서 이만 한 노래가 또 있을까? 경남 양산이 고향인 이원수가 노랫말을 쓰고, 홍난파가 작곡한 노래다. 이원수는 민족동요의 작사가이자 교육자로 존경을 받았지만 홍난파는 일제에 적극 협조하다가 요절한 뒤에 변절자로 낙인찍혔다.

 

남도의 봄을 떠올리면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고 노래한 김영랑의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도 압권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이라고 노래한 그의 시와 함께 많은 음악인들이 곡으로 썼다.

 

영화 <서편제>에서 유봉(김명곤)과 송화(오정해)가 청산도의 돌담길을 걸어 나오면서 부르던 ‘진도아리랑’도 남도의 봄을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노다 가세 노다 가세/ 저 달이 떴다 지도록 놀다나 가세/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났네.”

 

그래도 청춘들에게 봄을 열어젖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노래는 로이 킴의 ‘봄봄봄’이 아닐까.

 

“그대여 너를 처음 본 순간 나는 바로 알았지/ 그대여 나와 함께해주오 이 봄이 가기 전에.”

 

사랑을 시작하기에 너무도 좋은 계절이다. 그러나 사랑은 기다린다고 오지 않는다.

 

오광수 시인·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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