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칼럼

[몸으로 말하기]원대한 상상력을 주는 현대무용의 마법사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OTT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드라마나 영화를 자주 보게 된다. 요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웹툰의 기본은 카툰(cartoon)으로 원대한 상상력을 가지게 하는 힘 있는 장르이다.

 

무용창작의 첫 단계로 여러 가지 영감과 상상에서 시작할 때가 있다 보니 안무가들은 본인 작업 이외에 타 장르에서 영감을 얻을 때도 있다. 그중에도 풍부한 상상력 창고인 카툰에서 창작을 출발한 안무가 중 여러 번 내한공연을 했던 프랑스 안무가 필리프 드쿠플레를 손꼽는다. 그는 무용과 서커스, 희극, 만화, 영화, 비디오, 독창적 오브제와 의상을 결합해 유쾌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관객을 이끄는 현대무용의 마술사로 알려져 있다.

 

드쿠플레의 공연장에서는 가족 단위 관객들과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유쾌한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점이 대중적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이다. 유희적이고 환상적인 그의 작품은 현대무용계에 분명 새롭고 획기적인 출현이다. 본인의 창작 프로세스의 출발점은 만화나 카툰에서 자주 기인한다고 밝힌다. 그의 작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기발하고 기괴한 움직임이나 가끔은 상식을 벗어난 엉뚱한 요소들은 만화영화로 유명한 워너브러더스사의 괴팍한 검은 오리 캐릭터 ‘대피 덕’ 같은 카툰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애크러배틱한 무용수의 비행, 멀티미디어, 과학적 오브제와 무용수의 결합으로 무장한 그의 DCA무용단은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아비뇽 페스티벌, 50주년 칸영화제 오프닝, 태양서커스와의 협업과 전 세계 순회공연을 통해 ‘르 피가로’에서 “개그로 가득 차 있고 맛있는 창의력의 무용단”으로 평가받았다. 엉뚱한 상상력이 무용과 카바레 문화의 만남으로 이어지며, 유럽 카바레 문화의 선두에 있는 ‘크레이지 호스’ 무용수들과 드쿠플레식의 기발한 상상력, 디지털 영상 요소들은 복합공연예술로 한 단계 승화됐고, 관객을 환상과 유쾌함으로 초대한다. 필자도 프랑스 유학 시절 얻은 프로무용단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 프로세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안무한 ‘슬리핑 뷰티’ 같은 복합공연예술은 디바이징 작업이다. 기존의 무용공연을 탈피하고 무대·무용수·관객이 만들어가는 체험형 공연, 기호가 혼재된 공간으로 새로운 장르를 시도했다. 창작자의 원대한 상상력은 자유로운 지적 욕구와 감각의 즐거움을 표현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원천이다. 공연 때마다 기발한 상상력이 하늘에서 툭 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김성한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