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미국 대통령을 소재로 한 노래들이 많지만 엉뚱하게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가 닐 다이아몬드의 ‘스위트 캐롤라인’이다.
“사랑스러운 캐롤라인/ 지금 이 순간이 꿈같아/ 이렇게 좋은 날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제 나는/ 밤을 바라봐. 그렇게 외롭지도 않지/ 우리 둘만으로 충분해.”
달콤한 러브스토리 같지만 노래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딸 캐롤라인이었다. 닐 다이아몬드는 캐롤라인의 50회 생일인 2007년 11월27일, 위성 중계로 축하곡을 부르면서 수십년간 묻어두었던 진실을 밝혔다.
닐 다이아몬드는 1960년대 초반 승마복을 입고 조랑말을 타는 귀여운 소녀 캐롤라인의 사진을 잡지 ‘라이프’에서 본 뒤 이 노래를 만들었다. 그러나 1969년 이 노래를 발표할 당시에는 춥고 배고팠던 시절에 한 꼬마의 사진을 보고 느낀 위로와 기쁨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 주인공이 캐롤라인이라는 걸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뒤에야 밝힌 것이다. 평소 “노래 속 인물이 당신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제가 아는 한 아니에요”라고 답했던 캐롤라인은 그 사실을 알고 진심으로 기뻐했다.
이 소식을 듣고 가장 즐거워한 건 미 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팬들이었다. 레드삭스 팬들은 홈경기 때 8이닝 중간에 이 노래를 떼창하는 전통이 있었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 발생 직후 닐 다이아몬드가 직접 보스턴 레드삭스 홈구장에 와서 노래를 열창했다.
캐롤라인은 변호사, 작가,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면서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를 공개 지지했고, 오바마 재선 직후인 2013년부터 약 4년 동안 주일 미국대사를 지냈다.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았던 캐네디가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혈육이다.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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