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소위 ‘빽판(불법유통음반)’의 시대에 보니 엠의 앨범은 비공식 플래티넘 앨범이었다. 집집마다 보니 엠의 ‘빽판’ 한 장 정도는 있었다. 멤버들이 동아줄에 매달려 우주로 올라가는 듯한 커버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정식으로 수입한 앨범은 1500원 안팎이었지만 ‘빽판’은 300원 정도였으니 주머니가 가난한 청춘들은 그 유혹을 견디기 어려웠다.
‘바빌론의 강가에서’(Rivers of Babylon)는 구약성서의 시편에 나오는 얘기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기원전 586년 바빌론의 군사들에게 예루살렘을 정복당한 유대인들이 바빌론으로 끌려가서 핍박을 당하는 내용을 노래에 담았다. 경쾌한 리듬이나 멜로디와는 달리 가사는 나라 잃은 슬픔이 뚝뚝 묻어난다. 원곡은 자메이카 그룹 멜로디언즈가 먼저 발표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건 보니 엠이 부르면서였다. 보니 엠은 원래 실체가 없던 그룹이었다. 독일의 음악 프로듀서인 프랭크 패리언은 무명의 스튜디오 뮤지션을 동원해 만든 곡을 발표하면서 보니 엠이라 이름 지었다. 노래가 히트하자 팬들이 TV에 출연해달라고 성화였다. 프랭크 패리언은 급하게 오디션을 봐서 서인도제도 출신 흑인 여성 세 명과 남성 한 명을 뽑아 혼성 4인조로 만들었다. 리드 싱어 리즈 미첼을 비롯해 카르샤 배렛, 바비 패렐, 마지 윌리엄스로 구성됐다. 보니 엠은 자메이카 레게음악을 변형한 경쾌한 팝 음악으로 아바를 위협하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그들이 통산 팔아치운 앨범이 6000만장에 달한다.
당시에 “바이 더 리버스 오브 바빌론”을 “다들 이불 개고 밥 먹어”로 개사하는가 하면 들고양이들, 월계수자매 등이 번안하여 부르기도 했다. 요즘도 유재석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이들을 소환하는 등 그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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