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눈물의 결혼식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많은 하객의 축복을 받으면서 결혼식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신랑과 신부가 하객 없는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도 미뤄야 했던 안쓰러웠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 노래 속에서 결혼식은 마냥 기쁘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당신의 웨딩드레스는 정말 아름다웠소/ 춤추는 웨딩드레스는 더욱 아름다웠소/ 우리가 울었던 지난날은 이제와 생각하니 사랑이었소/ 우리가 미워한 지난날도 이제와 생각하니 사랑이었소.”

 

한상일이 부른 ‘웨딩드레스’(이희우 작사, 정풍송 작곡)는 정인엽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먼데서 온 여자>(1970)의 주제가였다. 영화를 토대로 쓰인 노랫말은 뭔가 사연 있는 결혼임을 암시한다. 서울대 공대 출신의 한상일은 매력적인 중저음과 수려한 외모로 사랑받았지만 집안의 반대로 연예계를 떠나야 했다. 1978년 미국 연수를 떠난 그는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현대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등 전공인 건축과 관련된 일을 했다.

 

트윈폴리오의 ‘웨딩 케이크’는 원치 않는 결혼식을 앞둔 슬픔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 밤이 지나가면 나는 가네. 원치 않는 사람에게로/ 눈물을 흘리면서 나는 가네. 그대 아닌 사람에게로…”

 

가사 어디에도 결혼의 기쁨은 없다. 원래 이 노래는 미국의 여가수 코니 프랜시스가 부른 동명의 노래를 번안했다. 그러나 원곡의 가사는 번안곡과 달리 남편을 향한 현모양처의 위로가 따스하게 담겨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부모님의 강요로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 했던 청춘남녀가 꽤 있었다. 영화 <졸업>의 마지막 장면처럼 결혼식장에 난입하여 신부를 탈취한 뒤 사랑의 도피를 벌이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오피니언 - 경향신문

책 속의 풍경, 책 밖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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