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더불어 행복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완화되면서 함께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문득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해피 투게더>의 동명 주제곡이 떠오른다. ‘해피 투게더’는 미국의 록밴드 ‘터틀스’가 발표(1967년)하여 빌보드 차트에서 비틀스의 노래를 밀어낸 곡으로도 유명하다. 영화에서는 대니 청이 편곡하여 불렀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언제나 행복하다는 노랫말처럼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다.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팝 명곡의 반열에 올라 있고, 왕자웨이의 영화가 재조명되면서 MZ세대에게도 인기가 높다.

 

사실 <아비정전> <중경삼림> <동사서독> <화양연화> 등 대표작들이 즐비한 왕자웨이 감독은 영화 음악의 귀재다. <중경삼림>의 주제가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부른 마마스 & 파파스는 그 인기로 내한 공연을 하기도 했다. <화양연화>의 주인공 양조위와 장만옥의 사진만 봐도 끈적하게 귓가를 울리는 배경 음악이 떠오른다. <해피 투게더>에서도 아르헨티나 탱고와 브라질의 라틴풍 음악, 프랭크 자파의 록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다. 영화의 장면보다 먼저 음악이 떠오르는 이유다.

 

이 때문에 바이닐 레코드로 제작된 왕자웨이의 사운드트랙이 젊은 세대들에게 높은 가격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장당 9만~10만원을 호가한다니 놀라운 일이다. 시대를 초월해서 그의 영화와 삽입된 노래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인간의 외로움을 파고든 왕자웨이식 연출법에 있다. 어떤 노래가 됐든 그의 영상과 어우러지면 가슴을 울리는 한편의 뮤직비디오가 된다.

 

많은 사람이 ‘해피 투게더’나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흥얼거리면서 해변도로를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그런 날이 기다려진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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