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문지혁의 미니픽션

[미니픽션] KISS







    부엌 뒤쪽에서 지하실로 통하는 문을 발견한 것은 막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젠장, 못 찾은 것보다도 못하게 됐군.”

    중얼거리며 문을 열려는 순간 프랭크가 몸을 낮추며 나를 막았다.

    “이것 봐, 손잡이에만 먼지가 적게 쌓여 있어.”

    “그래서?”

    “최근까지 놈이 이곳을 드나들었단 얘기지. 곧 다시 말하자면……”

    “알겠어, 알겠으니까 쉽게 가자고.”

    나는 문을 홱 열고 권총을 겨눈 채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갈수록 지하실 아래로부터 심한 나프탈렌 냄새가 올라왔다.

    “이봐, 그렇게 서두를 건 없잖아.”

    코를 쥐었는지 맹한 목소리로 뒤쪽에서 프랭크가 말했다.

    “신중 또 신중 몰라? 상대는 연쇄 살인범이라고. 사우스 솔트레이크(South Saltlake) 시티가 생긴 이래 가장 흉악한……”

    잔뜩 움츠린 그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속삭이는 듯 했다.

    “닥치고 불 좀 찾아봐.”

    곧 계단이 끝났다. 프랭크의 손전등이 이곳저곳을 비추더니, 오른쪽 구석에서 전등 스위치를 찾아냈다. 총을 겨눈 채로 스위치를 올리자 지하실 전체에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

    “저기……!”

    프랭크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텅 빈 지하실의 왼쪽 모서리였다.

    “엄호.”

    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왼쪽 구석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네 개의 검은색 직사각형 상자가 놓여있었다.

    “이게 뭐 같냐?”

    “관이라는 데 내 연금과 니 목숨을 걸지.”

    어느새 다가온 프랭크가 말했다.

    “열자.”

    프랭크는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씨발, 이라고 중얼거리더니 곧 관의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관 뚜껑은 제법 무거워서 남자 두 명이 겨우 들어 올릴 수 있는 정도였다.

    “내 이럴 줄 알았어, 썅!”

    관이 열리자 프랭크가 코를 쥐며 돌아섰다. 관 속에는 대여섯 살쯤으로 보이는 사내아이가 누워있었다. 조금 붓고 변색되긴 했지만 살아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 그제서야 나는 지하실 가득한 나프탈렌 냄새의 정체를 깨달았다.

    “이거.”

    프랭크에게 시체의 머리맡에 놓여있는 작은 종이를 내밀었다. 대문자로 <KID>라고 적혀있는 종이였다.

    “키드?”

    “다음.”

    두 번째 관을 열자 거기엔 젊은 여자가 누워있었다. 머리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악한 황금 왕관이 씌워져 있고, 옆에는 <KING>이라는 단어가 적힌 종이가 놓여 있었다.

    “도대체 정체가 뭐야, 이 새끼?”

    “다음.”

    세 번째 관에 누운 것은 초로의 남자였다. 가지런히 모은 두 손 위에 놓인 것은 얇은 종이로 만든 연이었다. 그리고 적혀 있는 단어, <KITE>.

    “제기랄, 도저히 못 참겠네. 나가자.”

    “하나만 더.”

    마지막 관은 이제까지의 관과 조금 달랐다. 폭이 두 배 정도나 더 넓고, 뚜껑의 무게도 무거워서 프랭크와 나는 한참을 낑낑거려야 했다.

    “이건 또 뭐야, 썅.”

    관 속은 텅 비어 있었다. 대신 프랭크는 그 속에서 단어가 적힌 종이를 꺼내 읽었다.

    “케이, 아이, 에스, 에스?”

    “뭐야 그게?”

    “몰라서 물어? 이 새끼, 이번엔 누굴 죽이려고…… 변태새끼.”

    그가 건넨 종이를 손에 쥐자, 내가 가진 단어는 모두 네 개였다.

 

    KID. KING. KITE. KISS.

    아이, 왕, 연, 그리고……

 

    “이봐, 최근에 들어온 아동 살인 사건 기억나?”

    “디트로이트꺼?”

    “그래…… 20대 여자 강간 살인은?”

    “그야 수도 없이 많지.”

    “제일 최근꺼 말야.”

    “노스 조지아.”

    프랭크과 나는 눈을 맞춘 채 한동안 얼어붙은 것처럼 서 있었다. 나는 확인하듯 한 번 더 물었다.

    “50대 남자 살인은……?”

    “……테네시 내쉬빌.”

    비로소 나는 시체들과 함께 관 속에 들어있던 단어들이 뜻하는 바를 깨달았다. 그들이 다만 단어 이상의 무엇이라는 것도.

 

 

    KID.
    Killed In Detroit.

 

 

    KING.
    Killed In North Georgia.

 

 

    KITE.
    Killed In TEnnessee.

 

 

    그렇다면,

 

 

    KISS.
    Killed In……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프랭크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계단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저 위에서 철컥, 하고 문 잠기는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