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송골매

 

배철수와 구창모가 다시 뭉쳐서 송골매의 깃발을 걸고 추석 무렵 공연을 갖기로 했다. 올드팬들에게는 반가운 뉴스지만 젊은 세대들은 큰 감흥이 없을 것이다. 배철수는 라디오 DJ로 친숙하지만 구창모는 낯선 이름일 뿐이다. 그러나 38년 전 이들은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습에/ 내 마음을 빼앗겨 버렸네/ 어쩌다 마주친 그대 두 눈이/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네/ 그대에게 할 말이 있는데/ 왜 이리 용기가 없을까.’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디스코풍의 펑크록으로 1981년 발표한 히트곡이었다. 리드보컬이었던 구창모가 작사, 작곡했다. 당시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리듬과 멜로디로 그해 연말 각종 가요상을 휩쓸었다.

송골매는 배철수가 중심이었던 항공대학교 스쿨밴드 활주로가 모태였다.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해변가요제)와 ‘탈춤’(대학가요제)으로 각각 인기상과 은상을 수상한 이들은 송골매(항공대를 상징하는 새)로 이름을 바꾸고 앨범을 낸다. 2집을 준비하면서 실력파 보컬이 필요했던 배철수는 홍익대 스쿨밴드 블랙테트라 출신인 구창모를 영입한다. 두 사람의 결합으로 ‘모두 다 사랑하리’ ‘처음 본 순간’ 등 노래가 잇달아 히트하면서 송골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갈채> <모두 다 사랑하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뒤늦게 합류한 구창모의 탈퇴로 송골매는 내리막길을 걷는다. 밴드음악에 진정성을 갖고 있던 송골매의 멤버들에게 구창모의 탈퇴는 배신행위로 비춰져 관계가 소원해졌다. 구창모는 솔로가수로 나서서 ‘희나리’ ‘방황’ 등의 히트곡을 냈다. 송골매는 1990년, 9집앨범을 발표하고 해체됐다. 배철수가 기타를 잡고, 구창모가 노래한다는 것만으로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송골매가 날아오르는 무대가.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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