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친구여 우리는 술 처먹다 늙었다/ 자다가 깨서 찬물 마시고 한 번 크게 웃은 이 밤/ 산 아래 개구리들은 별빛으로 목구멍을 헹군다/ 친구여, 우리의 술은 너무 맑은 누군가의 목숨이었다….” -김홍성 ‘산에서’ 중에서

 

술꾼에게 술은 필요악이다. 그러다 보니 대놓고 술을 예찬한 노래는 많지 않다. 1970년대 초반에 콧수염을 기르고, 가죽 재킷 차림에 오토바이를 타던 이장희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한잔의 추억’을 노래했다.

 

“늦은 밤 쓸쓸히 창가에 앉아/ 꺼져가는 불빛을 바라보면은/ 어디선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 취한 눈 크게 뜨고 바라보면은/ 반쯤 찬 술잔 위에 어리는 얼굴”.

 

이장희는 “마시자 한잔의 추억/ 마시자 한잔의 술”이라고 노래했지만, 음주를 권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고, 대마초 파동에 연루되어 가요계를 떠나 사업가로 변신했다.

 

김동률이 만든 전람회의 ‘취중진담’도 술 노래로 손꼽을 만한 명곡이다. 이들의 2집 앨범 수록곡으로 마치 술에 취한 듯한 몽환적인 멜로디에 술의 힘을 빌려 사랑 고백을 하는 가사를 담고 있다. 특히 중저음의 묵직한 김동률의 목소리가 울림을 더한다.

 

“난 늘 술이야/ 맨날 술이야/ 널 잃고 이렇게/ 내가 힘들 줄이야”라고 한탄하듯 부르는 바이브의 ‘술이야’는 듣는 것만으로도 실연당한 남자의 깊은 슬픔이 느껴진다. 실연은 남자만 당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 곡을 리메이크한 장혜진의 노래도 덩달아 히트했다.

 

이밖에도 ‘소주 한잔’의 임창정이나 술꾼으로 소문났던 바비킴, 이름부터 남달랐던 드렁큰타이거나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 술과 함께 떠오르는 가수들도 많다. 그러나저러나 코로나19가 잦아들면 한동안 금기시됐던 음주가무가 가능해질까?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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