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비도 오고 그래서

 

장마철이 시작되면 오감이 먼저 반응한다. 요란한 빗소리, 퀴퀴한 냄새, 끈적한 느낌, 함께 우산을 썼던 누군가의 체취까지.

 

“비도 오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났어/ 생각이 나서 그래서/ 그랬던 거지/ 별 의미 없지/ 우산 속에 숨어서/ 네 집을 지나쳐/ 그날의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파서/ 떨어지는 빗물과/ 시계 초침 소리가/ 방 안 가득 채우면/ 그때로 난 돌아가/ 차라리 난 이 비가/ 그치지 않았음 해/ 매일 기억 속에 살 수 있게.”

 

헤이즈(사진)의 중독성 있는 목소리와 빗소리가 인상적인 노래 ‘비도 오고 그래서’는 장마철이면 역주행하는 노래다. 장범준의 ‘벚꽃 엔딩’이 벚꽃 연금을 받게 한다면, ‘비도 오고…’는 장마 연금을 선물한다.

 

2017년 6월 헤이즈가 이 노래를 발표했을 때 같은 앨범에 수록된 ‘널 너무 모르고’에 밀려서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해 7월 뒤늦게 시작된 장마로 순위가 급상승하면서 각종 음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요즘도 장마가 시작되면 다시 도표에 등장하면서 여기저기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비가 오면 떠오르는 또 다른 노래 중에서 으뜸은 ‘비와 당신’이다. 2006년 개봉했던 <라디오 스타>에서 박중훈이 불러 유명해졌지만 원래는 1990년대 중반 이승렬과 방준석이 결성했던 듀오 그룹 유앤미블루의 곡이었다. 영화음악 작곡가로 변신한 방준석이 <라디오 스타>의 음악을 맡으면서 박중훈이 부르게 된 것이다.

 

“이젠 당신이 그립지 않죠/ 보고 싶은 마음도 없죠/ 사랑한 것도 잊혀 가네요 조용하게/ 알 수 없는 건 그런 내 맘이/ 비가 오면 눈물이 나요/ 아주 오래전 당신 떠나던 그 날처럼.”

 

일찍이 심수봉이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이라고 노래했듯이 비는 헤어진 연인을 불러내는 묘약인 모양이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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