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작은 연못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들어 가 물도 따라 썩어들어 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은 김민기가 서울대 미대 재학 시절 쓴 ‘작은 연못’은 오랜 시간 암구호처럼 불린 금지곡이었다. 학비를 벌기 위해 가수가 된 스물한 살의 양희은이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불렀지만 노래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사뭇 웅숭깊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죠’로 끝나는 이 노래는 대중음악으로선 보기 드물게 분단국가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비판한다. 김민기 스스로 작의를 밝힌 바는 없지만 작은 연못은 한반도를, 붕어 두 마리는 남한과 북한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금지곡 딱지를 떼고 교과서에도 수록되면서 싸움을 일삼는 현실정치, 환경오염을 걱정하는 노래로 다양하게 변주되어 왔다.

 

김민기는 <양희은 고운 노래 모음> 1집과 2집을 통해 서정과 서사가 어우러진 노래들을 발표한다. 1집에는 ‘아침 이슬’과 ‘그날’이, 2집에는 ‘새벽길’ ‘백구’ ‘서울로 가는 길’ 등이 수록됐다. 양희은은 단 두 장의 앨범으로 일약 스타가 됐고, <양희은 고운 노래 모음> 3집에서는 방의경, 조동진, 한대수, 서유석, 신중현 등 당대 최고 뮤지션들의 지원사격을 받는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오늘, 다시 6월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를 상징하는 작은 연못의 상황은 좀 나아졌을까. 여전히 싸움은 계속되고 있고, 평화로 가는 길은 너무도 멀고 험하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오피니언 - 경향신문

승효상의 지금 우리의 도시와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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